‘뉴 이재명’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집권 초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당보다 높다는 면에서는 그렇다. 여권에선 뉴 이재명을 대선 전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다가 취임 뒤 지지하게 된 유권자층,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여당은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층이라고 설명한다.
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은 49.4%였다. 20일 한국갤럽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67%였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46%)보다 높다. 이런 현상은 이 대통령처럼 전임 대통령의 파면 이후 집권한 문재인 전 대통령 취임 초기에도 비슷했다. 문 전 대통령의 득표율은 41.1%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집권 2년 차인 2018년 3월의 직무수행 지지율은 71%였고 같은 시기 민주당 지지율 49%보다 높았다.
뉴 이재명은 스윙보터
물론 뉴 이재명 현상이 문재인 정부 때와 다른 점도 분명하다. 이 대통령의 팬덤과 대선 뒤 새로 유입된 지지층이 결합된 신주류가 민주당의 구주류와 거세게 충돌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는 대통령도 여당도 지금은 구주류라 불리는 친문·친노·운동권 세력이었다는 점에서 동일체와도 같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민주당 정권의 집권 초에 벌어진 신주류와 구주류 사이의 충돌이 처음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친노 신주류가 동교동계에 쇄신을 요구하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탈당해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지금의 여권 내 갈등이 그때와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노선의 방향이다. 노무현 정부의 신주류가 이념으로 무장한 강경론자들이었다면 현재의 신주류는 상대적으로 중도·실용을 지향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분화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해 2월 “민주당은 성장을 중시하는 중도보수 정당”이라고 밝혔을 때부터 예견됐다. 당시에도 친문·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파란색 옷을 입고 빨간색 가치를 얘기하지 말라’고 견제했다.
이 대통령은 집권 뒤에도 한일 관계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을 뒤집지 않겠다며 실용 외교로 나아갔다. 원전 문제에서도 국민 여론을 근거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 검찰 권력을 뺏는 것이 개혁의 목표가 아니라는 이 대통령의 상식적 언급은 여권이 노선을 두고 정면충돌하는 트리거가 됐다. 유시민 작가의 ABC론이 그에 기름을 부었다.
ABC론의 핵심은 가치 중심의 코어 지지층인 A그룹과 달리 이익 중심의 뉴 이재명인 B그룹은 이 대통령이 어려울 때 먼저 등질 세력이라는 논리일 것이다. 이는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중도·실용 노선으로 가고 있다며 지지하기 시작한 유권자층이 뉴 이재명이라면 그 집단이 바로 정치권이 이전부터 그렇게 주목해 왔던 스윙보터다.
과거 정권들의 지지율 추락 이유는
스윙보터는 관심 이슈에 대한 만족도에 따라 지지 의사를 표시하지만 충성도는 약하다. 집권 세력이 이념에 매몰된 채 민생에 눈감고 비판에 귀를 닫는다고 판단하면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 과거 민주당 정권의 지지율 추락 과정만 봐도 알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고공 행진은 지방선거 압승으로 이어졌지만 각종 입법 독주와 정책 실패, 불통이 발목을 잡았다.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극심한 이념 대립을 일으킨 4대 개혁 입법 등으로 좌충우돌하다 독선과 오만 비판을 자초하며 지지율이 급락했다.
그 교훈은 대통령과 여당은 강성 일변도의 핵심 지지층만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권 초 기대감으로 새로 유입된 지지층은 집권 세력의 실정에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이념적 선명성을 내세우며 스윙보터를 배제하려는 세력이 여권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광경을 유권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답은 자명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