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이 2025년 11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대통령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듣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헌법재판소가 24일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처음으로 사전 심사를 실시해 대상이 된 26건을 모두 각하했다. 사전 심사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사건의 경우 재판관 9명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하지 않고 종료하는 절차다. 헌재는 17건이 ‘기본권 침해 등 헌법소원 청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고 판단했다. 나머지에 대해서는 ‘다른 구제수단이 있는데도 재판소원을 청구한 경우’ 등의 사유로 각하했다. 헌재가 첫 심사 대상 사건을 모두 각하한 것은 제도 운영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시행 초기부터 제도의 오남용을 방지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재판소원은 입법 과정에서 반대의견도 적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대법원은 법원의 판결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는지를 헌재가 다시 한번 판단하는 재판소원제가 시행되면 사실상 ‘4심제’가 될 것이라며 반대해왔다. 재판소원 청구가 잇따르면 확정 판결이 나온 뒤에도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느라 판결이 최종 확정되는 것이 늦어지고 재판 비용이 늘어나는 등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법조계 일각에선 재판에서 패소한 측이 판결의 최종 확정을 늦추기 위해 재판소원을 악용하거나, 재판소원을 처리하느라 헌재의 다른 주요 결정이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헌재가 이번 사전심사에서 ‘단순한 재판 불복’은 재판소원 청구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명시한 것도 이런 우려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헌재는 “확정된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으로서는 헌재법상 사유를 갖췄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소명을 다해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어떤 법률이나 제도도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헌재가 이번 심사를 통해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고 하지만,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이미 접수됐지만 이번 심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은 127건과 앞으로 접수되는 사건들에 대해서도 일관되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그것을 확실한 선례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 재판소원이 국민의 기본권을 충실하게 보호하는 바람직한 제도가 될 것인지, 국민에게 이중삼중의 피해를 지우는 ‘소송지옥’을 초래할 것인지는 앞으로 헌재가 얼마나 절제하면서 제도를 운영할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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