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영랑시문학상’… 본심 후보작 5편 선정
등단 10년 넘은 시인 최신작 심사
김영란-박연준-손미 등 본심에
내달 10일 강진아트홀서 시상식
조대한 문학평론가, 박형동 황정산 시인(왼쪽부터)이 9일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제23회 영랑시문학상 2차 예심을 하고 있다. 이들 심사위원은 “영랑의 이름에 값하는 여러 시인의 빼어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동아일보와 전남 강진군이 공동 주최하는 제23회 영랑시문학상 본심에 오른 후보작이 선정됐다.
영랑시문학상 예심 심사위원회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동아일보 사옥에서 9일 심사를 진행해 5개 작품(시집)을 선정했다”고 17일 밝혔다. 영랑시문학상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언어로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영랑 김윤식 선생(1903∼1950)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그의 시 세계를 창조적으로 구현한 시인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된 상이다.
지난달 영랑시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운영위원장 신달자 시인과 부위원장 허형만 시인을 중심으로 회의를 열어 올해 운영 요강과 심사 기준을 확정하고, 예·본심 심사위원단을 구성했다. 1차 예심은 김효은 신철규 안웅선 시인이 맡았으며, 2차 예심은 조대한 문학평론가, 박형동 황정산 시인이 참여했다. ‘등단한 지 10년 이상 된 시인이 2024, 2025년에 출간한 시집’을 대상으로 공모 및 추천을 통해 25개 작품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 가운데 심사를 거쳐 5개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김영란 시인의 ‘사랑은 물오리나무를 타고 온다’ △박연준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 △손미 시인의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 △이승희 시인의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 △최형일 시인의 ‘밤비가 파두에 젖는다’이다(이상 작가명 가나다순).
김 시인의 ‘사랑은 물오리나무를 타고 온다’는 정상적인 삶의 속도에서 뒤처진 존재들을 섬세하게 포착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저마다의 시간과 속도로 세계와 부딪치며 살아가는 이들은 모두 어떠한 끈으로 연결돼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 관계를 ‘사랑’이라는 단어로 끌어올린다”고 평가했다.
박 시인의 ‘사랑이 죽었는지 가서 보고 오렴’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본심에 오른 작품으로, 사랑의 의미를 집요하게 탐색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작은 존재들을 향한 천형과도 같은 책임감과 섬세한 관찰을 통해 사랑이라는 단어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 넓혔다”고 했다.
손 시인의 ‘우리는 이어져 있다고 믿어’는 서로 연결돼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해 상처와 분열의 세계를 통과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심사위원단은 “배제와 증오, 다툼과 전쟁이 일상이 된 현실 속에서 아직 증발되지 않은 연대의 고리를 찾는 시도가 더욱 귀하게 읽힌다”고 밝혔다.
이 시인의 ‘작약은 물속에서 더 환한데’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슬픔의 정서를 깊이 있는 서정으로 구현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안으로 깊숙이 침잠하는 슬픔의 언어가 한층 깊고 투명하며 아름답다. 지난여름처럼 짧고 선명한 이미지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최 시인의 ‘밤비가 파두에 젖는다’는 이질적인 방식으로 서정성을 확장한 시집이다. 심사위원단은 “파도처럼 사라지는 문장들과 희미하게 번져오는 봄날의 무늬는 시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드문 절창을 완성한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영랑의 언어가 한국시의 아름다움과 율격을 보다 높은 곳으로 끌어올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며 “제23회 영랑시문학상은 그의 이름에 값하는 여러 시인의 빼어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라고 밝혔다. 본심은 16일 열렸으며, 시상식은 다음 달 10일 전남 강진군 강진아트홀에서 개최된다. 상금은 3000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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