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이 배우-감독… 시골 학교 영화가 국제 무대로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6일 04시 30분


전남도교육청 ‘작은 학교 영화 교육’
학생 수 적어 모두 제작 과정 참여… 다양한 역할 맡으며 창의력 길러
매년 연말 시상식 없는 영화제 개최… 강진 옴천초교의 15분 분량 작품
강진만 이야기 담아내… 中서 상영

전남 화순군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를 촬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작품을 지난해 열린 ‘작은 학교 영화·영상제’에 출품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전남 화순군 청풍초등학교 학생들이 영화 ‘할머니와 나와 민들레’를 촬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이 작품을 지난해 열린 ‘작은 학교 영화·영상제’에 출품했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전교생이 18명인 전남 강진군 옴천초교는 작은 농촌 학교다. 학생들은 지난해 특별한 수업을 통해 작은 학교 교육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감독과 배우, 촬영 스태프로 나서 한 편의 영화를 제작한 것이다. 영화 제목은 ‘강진만, 람사르를 꿈꾸다’였다. 천혜의 습지인 강진만을 환경오염을 일삼는 악당들로부터 지켜 람사르 습지로 만들려는 꼬마 영웅들의 이야기다. 학생들은 이야기 구상부터 시나리오 작성, 연기와 촬영, 편집까지 영화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하며 15분 분량의 작품을 완성했다.

영화 속에는 학생들이 살아가는 지역의 자연과 환경에 대한 생각이 담겼다. 평소 생태체험과 환경교육을 이어온 학생들은 강진만의 생태적 가치를 이야기로 풀어내며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작품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목포 CGV 평화광장 등에서 열린 ‘작은 학교 영화·영상제’에 출품돼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교를 넘어 더 넓은 무대에서도 소개됐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 습지학교 네트워크 행사에서 상영돼 국제 무대에서도 관객과 만났다.

이 같은 영화 제작 수업은 전남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글로컬 작은 학교 영화 특성화 교육’의 하나다. 작은 학교 교실에서 시작된 이 특별한 수업이 전남 교육의 새로운 창의 융합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작은 학교의 교육 환경은 영화 제작 과정에서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모든 학생이 제작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각자의 관심과 재능에 따라 감독·배우·촬영·음향 등 다양한 역할을 나눠 맡으며 자연스럽게 창의력과 표현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로 담은 작은 학교’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만든 5분∼20분짜리 작품은 매년 연말 열리는 전남 작은 학교 영화·영상제에서 공개된다. 지난해 영화제에는 전남과 해외 35개교 학생들이 만든 46편의 작품이 목포 영화관 3곳에서 상영됐다.

특히 이 영화제는 일반 영화제와 달리 시상을 하지 않는다. 작품의 우열을 가리기보다 학생들의 도전과 창작 경험을 응원하는 데 의미를 두고,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를 교육의 핵심 가치로 보기 때문이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영화제 규모를 더 키우기로 했다. 2023년 5개 교였던 영화 특성화 학교를 올해는 20여 개 학교로 늘리고, 전남과 광주의 교육행정 통합 추진에 따라 광주 지역 학교나 동아리, 교직원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전남교육청은 영화교육 확산을 위해 ‘작은학교 영화제 AI 광고 숏폼 공모전’도 추진하고 있다. 교직원들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30초 내외의 영화제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방식으로 작은 학교 영화교육을 널리 알린다는 취지다.

김종만 전남도교육청 학령인구정책과장은 “작은 농촌 학교 교실에서 시작된 영화 한 편이 학생들의 창의적인 배움과 새로운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작은학교 영화·영상제를 통해 학생들이 지역과 사회를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 가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남 강진군#옴천초교#작은 학교#영화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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