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국민총소득 12년째 제자리…日·대만에 추월당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3월 10일 11시 52분


작년 3만6855달러로 0.3% 증가 그쳐
대만 4만달러, 일본 3만8000달러 넘어
“환율 상승으로 달러 환산 소득액 축소”

2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2.23 ⓒ뉴스1
23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2026.2.23 ⓒ뉴스1
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년 만에 일본과 대만에 역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환율 장기화와 1.0%에 그친 경제성장률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의 1인당 GNI는 12년째 3만 달러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중동 정세 불안 등 요인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0%대로 접어들면서 1인당 GNI가 앞으로 역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3년 만에 일본-대만에 재역전

한국은행이 10일 공개한 ‘2025년 4분기(10~12월)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3만6855달러(약 5427만 원)로 전년(3만6745달러) 대비 0.3% 늘어났다. 증가율이 2023년(2.7%)과 2024년(1.5%)에 비해 줄었다. 1인당 GNI는 한 국가의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소득을 총인구로 나눈 뒤 달러로 환산한 값이다. 개별 국민의 실질적인 소득과 생활 수준을 보여주는 지표로, 일반적으로 실질 GDP가 증가하면 대체로 1인당 GNI도 함께 올라간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는 일본보다 적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한은 추산에 따르면 일본의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8000달러였다. 대만은 4만585달러로 한국과 일본을 모두 제쳤다. 한국의 1인당 GNI는 2022년 일본과 대만에 뒤처졌다가 2023~2024년엔 2년 연속 두 국가에 앞섰다. 그러다가 지난해 상황이 뒤집혔다.

한은은 1인당 GNI 증가율이 낮아진 주요 원인으로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을 꼽았다. 지난해 연평균 원-달러 환율은 1422원으로 전년 대비 4.3% 올랐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 평균 원-달러 환율(1395원)보다 높았다.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NI가 원화 기준 5241만6000원으로, 2024년 대비 4.6% 올랐지만, 고환율 탓에 달러 기준으로는 0.3% 오르는 데 그쳤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0.7%) 이후 가장 낮은 1.0%였던》 점도 1인당 GNI 정체에 영향을 줬다.

반면 한국을 추월한 대만의 지난해 성장률은 8.7%에 달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대만 TSMC 등 반도체 기업의 수출액 증가로 한국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일본의 지난해 성장률도 1.2%로 한국보다 높았다.

● “확장적 재정정책 과도하면 안 돼”

한국의 1인당 GNI는 2014년 처음 3만 달러를 넘어선 뒤 지난해까지 4만 달러를 돌파하지 못하며 12년째 ‘박스권’을 맴돌고 있다. 단기적으로 4만 달러 진입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서울 외환시장 주간 거래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99원까지 오르는 등 원화 가치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환율 안정을 전제로 내년에 1인당 GNI가 4만 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지만, 중동 정세 불안으로 고환율 국면이 이어지면 달성이 쉽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한국의 경제 성장 기대치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한국의 장기 성장률이 지난해 0.9%로 0%대에 진입했다. 2030년에는 마이너스(―)로 돌아서며 한국 경제가 뒷걸음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장기 성장률은 연간 성장률을 10년 단위로 평균을 낸 지표로, 단기적인 경기 변동 요인을 제외한 한 국가의 근본적인 성장 능력을 보여준다. 성장률이 하락하면 1인당 GNI도 떨어질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자동차 외엔 한국 경제 성장 동력이 안 보인다”라며 “새로운 산업을 키우지 못하면 GDP와 1인당 GNI가 함께 역성장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세직 KDI 원장은 10일 “(정부가) 지난 30년간 건설 경기부양 정책, 저금리 정책, 대출 규제 완화 정책, 확장적 재정정책 등 진통제 격인 ‘총수요부양책’만 과도하게 주기적으로 반복했다”라며 “창의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혁신의 원동력이 되는 ‘진짜 성장’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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