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정했다고 5일 밝혔다. 최근 몇 년간 부동산 경기 침체, 내수 부진 등에 따른 저성장 기조에도 줄곧 ‘5% 안팎’의 성장률 목표를 고수하던 중국 정부의 기조가 달라진 것이다.
중국이 성장률 목표를 5.0% 미만으로 잡은 것은 1991년 이후 사실상 35년 만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대유행한 2020년을 제외하고 5.0% 미만의 목표를 잡은 적이 없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부동산 경기 침체,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를 인정했다”며 “대규모 경기 부양책보다 고품질 경제 발전을 통한 체질 개선에 무게를 뒀다”고 진단했다.
다만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을 의식한 듯 올해 국방 예산을 지난 해보다 7% 늘린 1조9096억 위안(약 406조 원)으로 책정했다. 중국의 국방비가 한화 기준으로 400조 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FP통신은 “군수 분야를 담당했던 장유샤(張又俠)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숙청된 가운데서도 국방 예산이 연속성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자립 자강을 위한 연구개발(R&D) 예산 또한 지난 해보다 10% 늘어난 4264억 위안(약 90조5100억 원)으로 책정했다. 미국과의 첨단기술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외형 성장보다 내실이 중요”
리창(李强) 총리는 이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회의(전국인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4.5~5.0%로 제시했다. 그는 올해가 제15차 5개년 경제 계획의 첫 해라는 점을 언급하며 “구조조정과 개혁을 촉진시켜 (계획의) 후반부에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통계 조작 의혹이 불거질 만큼 국제 경제 전문가들의 전망에 비해 다소 공격적인 5%대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해왔다. 2023년(5.2%), 2024년과 2025년(각 5.0%)에는 목표치도 달성했다. 이를 통해 대내외에 중국 경제 성장 기조가 굳건함을 알리고 국민들의 자부심을 독려해왔다.
다만 지난해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가자 전쟁의 장기화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까지 발발하면서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 경제가 5%대 성장을 이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대두했다. 실제 지난해에도 연간으로는 5.0% 성장했지만 같은 해 1분기 성장률(5.4%)과 4분기(4.5%) 성장률의 차이가 0.9%포인트에 달할 정도로 ‘선고후저(先高後低)’ 양상이 뚜렷했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주요 지방정부의 중복 투자, 외형 성장에만 치중하는 태도 등을 꾸준히 개선해야할 사항으로 지적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국가 전체로 연간 성장률 목표를 낮춘 것은 내실 성장에 주력해 첨단 산업의 발전을 통한 경제 체질 개선에 나서라는 의미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리 총리는 이날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거시 정책을 펴겠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을 지난 해와 같은 4.0%로 정했다. 성장률 달성 수준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풀겠다는 의지도 드러낸 셈이다.
● 국방-R&D 예산 증가세 지속
2027년 인민해방군 건군 100주년을 앞두고 관심을 받았던 국방 예산은 지난해 보다 7% 늘었다. 지난해 증가율(7.2%) 보다 0.2%포인트 낮아졌지만 2022년 이후 5년 연속 전년 대비 7%대 증가율을 유지했다.
R&D 예산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와 같은 10%다. 리 총리는 2년 전 업무보고에서 AI와 다른 산업의 융합을 의미하는 ‘AI+’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AI를 최소 7차례 언급하며 세계 AI 발전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양안(중국과 대만) 관계에 대한 발언 수위는 이전보다 높아졌다. 리 총리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을 단호하게 타격하고 반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만 독립 분열 세력과 외부 세력의 간섭을 단호히 반대한다”는 지난해 발언보다 수위가 높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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