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가 되지 않으려면 뭐라도 당장 투자하라”는 도파민의 명령에 굴복할 경우 무계획적 뇌동매매를 하기 쉽다. GETTYIMAGES
“주식이 오르는데 화가 난다.”
최근 적잖은 주식투자자가 이렇게 하소연한다. 서울 강남 부동산시장이나 미국 나스닥보다 뜨거운 상승장이 국내 증시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많은 사람이 큰 수익을 올리고 행복할까. 현실은 그 반대에 가깝다. 2026년 ‘포모(FOMO) 증후군’이 주식시장, 아니 대한민국 전체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투자로 상급지 이사” 도파민 자극
“SK하이닉스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상급지로 이사 갔다”는 친구의 성공담을 들으면 우리 뇌는 중뇌변연계의 보상회로, 도파민이 자극되면서 불쾌감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포모는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영어 단어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이다. ‘소외불안증후군’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지금처럼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선 나만 빼고 모두가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충분히 잘 투자하고 있음에도 “지금 내가 무언가 놓치고 있다” “역대급 불장에 인생을 바꿀 만한 돈을 벌어야 한다”는 불안과 압박에 시달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선 얼마를 벌어도 만족하거나 안심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특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유튜브, 친구와 지인의 투자 성공담을 듣고 감정적으로 무모한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SK하이닉스 주식으로 큰돈을 벌어 상급지로 이사 갔다”는 친구의 성공담을 들으면 우리 뇌는 어떻게 반응할까. 중뇌변연계의 보상회로, 도파민이 자극되면서 불쾌감과 불안을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성공에 대한 강렬한 갈망과 질투심을 느끼는 동시에 “왜 나는 저런 성공 투자를 하지 못했을까”라는 열등감과 초조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 결과는 도박 같은 투자로 이어진다. 무리한 레버리지를 일으키거나, ‘빚투’ ‘영끌’을 하면서 “이번 상승장에 승부를 보겠다”고 외치는 이가 적잖다. 이처럼 리스크 관리나 회복탄력성이 배제된 투자는 도박에 가깝다. 본인도 무의식적으로 그걸 알기에 ‘승부’라는 표현을 쓰곤 하는 것이다. 포모 투자는 이성적 분석보다 감정에 따른 선택으로 이어진다. 시장에 충동적으로 진입하고 과잉 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적잖은 개인투자자가 “정신 차려보니 이미 주식 매입 버튼을 누른 상태였다”고 토로하는 이유다.
오늘날 우리는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손쉽게 주식 정보와 전문가의 조언, 리포트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문제는 많은 정보와 팩트를 접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불안 및 욕망이라는 감정도 유발된다는 점이다. 공포와 초조함 같은 감정은 뇌 편도체에서 유발된다. 이런 감정이 생길 때 전두엽은 “지금 무언가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 생존하려면 뭐라도 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포모 커질수록 주식 수익률 떨어져
포모 증후군을 다스리려면 ①원칙 기반 투자전략 세우기 ②감정이 아닌 객관적 지표 활용하기 ③정보 소비 방식 바꾸기 ④자기 점검 루틴 만들기 등 마인드셋이 필요하다. GETTYIMAGES사실 이는 굉장히 모순된 착각이다. 돈을 조금 덜 번다고 해서 우리 신체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거나 건강이 나빠지진 않는다. 그럼에도 포모 증후군은 우리를 비교중독, 불안중독 과정으로 이끈다. “모두가 1억 원을 벌었는데 나만 1000만 원밖에 못 벌었다면 이건 9000만 원을 손해 본 것”이라는 논리로 말이다. 이 같은 인지 오류는 질투, 불쾌감, 자책 같은 감정을 낳는다. 나아가 도파민은 “벼락거지가 되지 않으려면 뭐라도 당장 투자하라”고 명령한다. 결국 계획하지 않았던 뇌동매매나 추종매매로 이어진다. 이것이 포모 증후군이 심할 때 우리 뇌에서 생기는 일이다.
포모 증후군은 우리가 장기투자를 하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지난 1년간 투자수익이 3000만 원인 사람에게는 1억 원을, 1억 원인 사람에게는 3억 원을 달성해야 한다고 부추긴다. 단기적인 이득 추구는 마치 스캘핑처럼 과도한 트레이딩으로 이어진다. 비합리적이고 충동적으로 종목을 사고팔다 보면 급등주 검색기를 사용하거나 일일 조회수 및 거래량이 높은 종목을 맹목적으로 매수하기도 한다. 실적이나 BPS(주당순자산가치), PER(주가수익비율) 같은 지표는 완전히 무시한 채 말이다. 그러다 보면 심지어 “내가 이런 종목을 샀던가” 하는 종목이 포트폴리오에 담긴 경우도 있다. 이런 단기매매는 마치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같은 형태를 띤다. 집중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오직 불안에 휩싸여 충동적 행동이 과해지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남과 나를 비교하고, 자책과 열등감으로 우리 뇌를 혹사하면 어떻게 될까. 자칫 뇌가 만성적인 공회전을 하면서 평소보다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다.
포모에 사로잡힌 투자가 수익률 악화로 이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 학술지 ‘파이낸스 리서치 레터스(Finance Research Letters)’에 실린 ‘글로벌 포모: 세계 금융시장의 맥박(Global FOMO: The pulse of financial markets worldwide)’ 제하 논문을 보면 포모 지수가 10% 상승할 때 월별 주식 수익률은 평균 1.7~2.0% 감소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구글 트렌드를 바탕으로 전 세계 투자자의 ‘기회를 놓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분석한 결과다. 포모 증후군이 심할수록 투자 기대수익률이 낮아진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어쩌면 포모 증후군은 인간 본능이라서 완벽히 극복할 방법이 없을지 모른다. 일견 성공 투자만 하는 듯한 사람도 저마다 불안과 걱정이 있다. 투자는 결국 자기 욕망과 불안을 마주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일상과 본업의 가치를 소중히 여길 필요가 있다. 지속가능한 삶의 루틴을 이어가며 자존감을 키워야 투자도, 인생도 성공의 길로 향할 수 있다. 끝으로 건강한 투자 루틴을 정립하고 포모 증후군을 다스릴 수 있는 마인드셋을 추천한다.
①원칙 기반 투자전략 세우기
목표 수익률, 리스크 허용 범위, 레버리지 비율, 진입·청산 규칙을 미리 정해두기. 감정적으로 흔들릴 때는 모든 매매 활동 중단하기.
②감정이 아닌 객관적 지표 활용하기
공포탐욕지수(fear&greed index), 하이일드 스프레드(high yield spread: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와 하이일드 채권 금리 차이), 미국 국채 10년 만기 금리 등 다양한 지수를 참고해 자기만의 유연한 매매 전략 수립하기.
③정보 소비 방식 바꾸기
SNS나 투자 커뮤니티는 참고만 하고 절대 결정의 주요 근거로 삼지 않기. 시세를 실시간으로 보기보다 2∼3일에 한 번, 혹은 주 단위로만 체크해 감정적 매매 충동 줄이기.
④자기 점검 루틴 만들기
투자 일기와 가계부 꼭 쓰기. 아무리 적은 금액의 매매라도 매번 원칙에 맞는지 확인하기. 실현 가능한 구체적이고 단기적인 목표를 세워 조금씩 실행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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