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이 3일 오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를 방문, 올렛 OP(초소)를 둘러보고 있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가 최근 유엔군사령부에 비무장지대(DMZ) 내 일부 구역의 관할권(출입 승인 권한)을 한국군이 행사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지난달 말 유엔사가 DMZ 관할은 유엔군사령관의 고유권한이고,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는 ‘DMZ법’(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권한은 한국 정부가 소유)은 정전협정 위배라고 공개 비판한 만큼 우리 군의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많다.
● “철책 기준으로 韓-유엔사가 각각 DMZ 관할”
국방부가 유엔사에 제안한 요지는 DMZ 남측구역내 남방한계선 철책 위치를 기준으로 그 이북과 이남의 관할권을 유엔사와 한국군이 각각 행사하자는 것이다. 정전협정에 따르면 DMZ내 남방한계선 철책은 MDL 이남 2km 지점에 설치돼야 한다. 하지만 1960년대와 1980년대 북한이 DMZ 북측구역내 북방한계선 철책을 대거 남하했고, 이에 맞서 우리 군도 DMZ 내 일부 남방한계선 철책을 북상해 설치한 상태다.
DMZ 남측구역 중 철책 이남 지역이 차지하는 면적은 기준에 따라 전체의 30~50%에 달한다. 군 소식통은 “사실상의 DMZ 구역 축소 등 현실을 반영해 DMZ 관리의 효율화 등을 논의해보자는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DMZ 남측 철책 이남엔 일반전초(GOP) 등에서 한국군 병력이 상주하고, 군 관계자들도 수지로 출입하는 현실을 고려할때 한국군이 관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군은 보고 있다. 군은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등에서도 이 문제를 다룰 것도 요청했다고 한다.
앞서 유엔사는 지난달 말 이례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비군사적 목적의 DMZ 출입 권한을 한국 정부가 갖는 ‘DMZ법’이 정전협정에 위배되고, 이 법이 통과되면 한국 정부가 정전협정에서 빠지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한 바 있다. 이런 점에서 DMZ 관할권을 군사적, 비군사적 목적이 아닌 물리적 위치(철책)로 구분짓자는 우리 군의 제안은 일종의 ‘절충안’이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유엔사가 호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통일부와 여당 주도의 ‘DMZ법’이 정전협정과 “완전히 상충(complete at odds)한다”고 공개 비판한 유엔사가 DMZ의 ‘공동관리’로 비쳐질수 있는 우리 군의 제안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 다른 소식통은 “통일부에 이어 국방부까지 나서 유엔군사령관의 고유권한인 DMZ 관할권을 쟁점화하는 것에 대해 유엔사 내부에서 불편해하는 기류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유엔사는 우리 군의 제안에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北, 유엔사 무력화에 악용할수도”
DMZ 관할권을 둘러싼 정부와 유엔사 간 의견 충돌이 고조될 경우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북한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 정부가 대북 유화조치 통로로 DMZ 출입권을 쟁점화하면서 양측 갈등이 커질수록 북한이 유엔사를 평화·화해의 걸림돌이라는 ‘프레임’으로 대남 선전전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
그간 북한은 집요하게 유엔사 무력화를 시도해왔다.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공동관리기구’에서 유엔사 배제를 끝까지 요구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정전협정에 따라 JSA 남측 관할권을 가진 유엔사 배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또 1990년대 이후 정전체제 무력화 목적으로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도 인정하지 않는 한편 유엔사가 미국에 복종하는 ‘가짜 유엔기구’라는 주장도 되풀이해왔다. 군 고위 소식통은 “적대적 두국가‘를 선언한 북한은 정전체제 무력화와 유엔사 해체를 통한 주한미군 철수 등 대남전략은 변함이 없다”며 “한국이 유엔사와 ‘원보이스’를 내도 모자랄판에 자꾸 이견을 표출하는 것처럼 비쳐지는 것에 대한 군내 우려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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