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훈풍 타고 역대 최고수익 예상
수익률 1%P 오르면 고갈 7년 늦춰
정부, 국내 주식투자 비중 확대 검토
전문가 “정치입김 뺀 운용 전략을”
올해 국민연금의 기금 운용 수익률이 사상 처음으로 20%대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된다. 1988년 국민연금 도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내년부터는 국민연금 보험료(내는 돈)가 단계적으로 인상돼 1470조 원을 돌파한 기금 규모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연금 재정의 고갈을 막기 위해 국내외 주식을 중심으로 더 적극적인 기금 운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내 주식 수익률 78%… 정부 “투자 확대” 추진
보건복지부는 29일 올해 국민연금의 연간 투자 수익률이 20%대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수익률 15%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20%대 수익률을 올리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올 들어 코스피가 4,200을 돌파하는 등 국내외 증시가 동반 급등한 영향이다. 자산별 수익률을 보면 국내 주식이 78%로 가장 높았고 해외 주식(25%), 대체투자(8%), 해외 채권(7%), 국내 채권(1%) 등의 순이었다. 자산별 현재 가치 등을 반영한 최종 수익률은 내년 2월 확정된다.
이 같은 수익률 덕분에 전체 기금 규모는 지난해 말 1213조 원에서 올 12월 잠정치 기준 1473조 원으로 늘었다. 1년 새 260조 원(21.4%) 급증한 것으로, 지난해 연금 급여로 지급한 44조 원의 5.9배에 달한다.
수익률이 높아진 만큼 연금 기금의 고갈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장기 수익률이 1%포인트만 올라도 연금 고갈 시점은 당초 2064년에서 2071년으로 7년 늦춰진다. 복지부는 “자산 배분 체계를 개선하고, 전문 운용 인력을 추가 확보해 수익률을 꾸준히 높여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일 방침이다. 현재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14.9%인데, 주가 급등으로 실제 투자 비중은 9월 기준 15.6%에 이른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국민 노후 안정을 위해선 덩치가 커진 국민연금을 더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다만 자산 배분 등을 정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적 의사 결정에 정치적 입김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월 소득 509만 원 미만이면 연금 감액 없어
올 4월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라 내년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5%로 올해보다 0.5%포인트 인상된다. 보험료율은 매년 0.5%씩 올라 2033년에는 13%까지 단계적으로 조정된다. 월평균 소득이 309만 원(전체 가입자 평균소득)인 사업장 가입자는 내년 보험료가 월 7700원, 지역가입자는 1만5400원 오를 예정이다.
저소득 지역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완화된다. 현재는 실업과 휴직 등으로 보험료를 못 내다가 납부를 재개한 지역 가입자에게만 보험료의 50%를 1년간 지원한다. 내년부터는 월 소득이 80만 원 미만인 지역 가입자는 보험료를 절반만 낸다. 복지부는 약 73만 명이 월 최대 3만7950원을 지원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노령연금 감액 제도도 개선된다. 현재는 수급자의 근로 및 사업소득이 월 309만 원을 초과하면 수급액의 5∼25%를 감액하는데, 내년 6월부터는 월 소득 509만 원 미만인 수급자는 연금을 그대로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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