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 민중기 특별검사가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KT광화문빌딩 웨스트에 마련된 특별검사팀 브리핑룸에서 특검 수사 결과 종합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12.29 뉴스1
김건희 특검이 180일간의 수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대통령에 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며 국정과 선거에 개입했다고 결론지으면서 “대한민국의 공적 시스템이 크게 훼손됐다”고 했다.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등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랐지만 번번이 처벌을 피했고, 공직 제공 등을 미끼로 3억7000여만 원의 금품을 받아 챙길 수 있었던 것은 남편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등에 업고 권력을 휘두른 결과라고 특검은 지적했다.
김 여사의 위세가 어느 정도였는지는 금품을 제공했던 이들의 진술에서 여실히 확인됐다. 특검에 따르면 이들은 “김 여사에게 청탁해야 원하는 바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청탁 루트로 삼았다”고 공통적으로 밝혔다고 한다. 이들이 김 여사에게 했던 청탁은 그대로 실현됐다는 게 특검의 수사 결과다. 통일교와 서희건설 등이 명품 가방과 목걸이를 싸 들고 김 여사를 찾아가는 게 당시로선 틀리지 않은 선택이었던 셈이다.
김 여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매관매직뿐만이 아니다. 검찰이 불기소 처분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디올백 수수 의혹을 특검이 기소한 것은 뒤늦게나마 왜곡된 사법 정의를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명태균 씨로부터 무상으로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공천에 개입한 혐의도 재판에 넘겨졌는데, 특검은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의 정치 입문 단계에서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그 연장선에서 대통령 당선 후에도 공천에 적극 개입하는 등 ‘정치 공동체’로 활동해 온 것이 명확히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V0’라는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던 셈이다.
특검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자들의 출석 및 진술 거부, 시간적인 제약 등으로 수사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김 여사가 법무부 장관 등을 통해 도이치, 디올백 사건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정황 등에 대해서는 추가 수사 등을 통해 반드시 진상이 규명돼야 할 것들이다.
이번 특검 수사를 통해 드러난 김 여사의 비리는 특검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사책에서나 볼 법한” 것들이다. ‘김 여사의 헌법 질서 파괴 행위가 기존 입법자들이 예측할 수 있는 한계를 뛰어넘는 바람에 현행 법률로는 합당한 처벌을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특검이 유감을 표했을 정도다.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허점을 메우면서, 김 여사 본인은 물론 공범과 방조자들도 반드시 죗값을 치르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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