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숙련 쿼터’는 결국 연말 폐지
정치권 등 “내국인 고용 늘려야”
‘숙련공 쿼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
업계 “마스가 본격화 일감 느는데… 외국인들 떠나면 어디서 구하나”
국내 한 조선소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용접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E-9 조선 전용 쿼터제 폐지에 이어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E-7 등 숙련 외국인 인력 쿼터마저 줄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 업계가 우려하고 있다. 동아일보DB
정부가 최근 조선업 분야의 외국인력을 위한 ‘비전문 취업비자(E-9)’ 쿼터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마스가)로 일감은 늘어나는데 현장을 지키던 외국인들이 떠나면 인력난이 심화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22일 이뤄진 이번 조선업 전용 외국인 비자 쿼터 일몰 결정은 조선소 현장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급격히 높아졌다는 당국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말 없애기로 한 조선업 전용 E-9 비자는 비숙련 외국인에게 발급된다. 일반 E-9 비자는 유지되고 조선소 공정이 숙련 기술 중심인 만큼 당장 타격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업계는 향후 정부 논의가 조선업계 핵심 전문 인력인 ‘특정 활동비자(E-7)’ 쿼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실제 울산 동구 등 주요 조선업 거점 지방자치단체와 정치권은 내국인 고용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내걸고 내년도 E-7 비자 쿼터 축소, 외국인 고용 부담금 도입, 조선산업기본법 제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2022년 이후 거제는 외국인 주민이 5000여 명에서 1만5000명으로, 울산 동구는 8300명 이상으로 급증했는데, 이들 소득 상당 부분이 본국으로 송금되면서 지역 상권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불만이다.
하지만 구인난에 시달리는 조선업계는 이 같은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E-7 비자는 조선업 생산의 ‘허리’인 용접공과 도장공 등 숙련 기능인력을 대상으로 한다. 용접과 전기, 도장 작업은 선박 건조의 필수 선행 공정으로 대체가 어려운 전문 영역이다. 2023년 말 약 4500명이었던 국내 조선업계 E-7 인력은 올해 6000명 미만으로 추산된다. 상당수가 비숙련공으로 들어와 경력을 쌓아 숙련공이 된 근로자들이다. 전체 외국인 인력 중 비중은 30% 수준이지만 공정 기여도는 수치 이상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쿼터 축소로 숙련 용접공 수급이 막히면 인력 부족이 상시화된 국내 조선업계의 생산 일정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미 조선협력이 탄력을 받으려는 이 시점에 전용 쿼터를 없애는 것은 시기적으로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현재의 외국인 의존도는 지난 10여 년 조선업 장기 불황의 구조적 유산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15년경 시작된 수주 절벽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수많은 숙련공이 현장을 떠났고, 2020년 이후 수주 호황기가 왔지만, 내국인 숙련공이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그 빈자리를 외국인으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는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기술 개발과 검증이 이뤄지려면 당장 E-7 등 전문 외국인 용접공을 가족 동반 거주 등으로 정착을 유도하며 국내 생산 기반을 다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고 인력을 줄이면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해 결국 산업이 망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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