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고양이’라 부르는 우리는 직관에 의존하고 현재를 살며 기분을 가꾸는 데 가치를 두지…기분을 가꾸는 일, 그게 내 직업이야. 나는 화분을 가꾸듯 기분을 가꾼단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본 인간 세상 이야기를 산문과 시로 풀어냈다. 이 책의 화자는 고양이 ‘당주’다. ‘현재의 주인’이란 뜻을 가진 이름이다. 몇 해 전 봄, 박연준 시인이 파양돼 거리를 떠돌다 임시보호처에 머물고 있던 고양이를 집으로 데려왔고 ‘당주’란 이름을 붙여줬다.
책은 새로운 집으로 입양돼 온 후 지극정성으로 자신을 돌봐주는 인간 집사 부부를 바라보는 당주의 시선을 재밌게 풀어낸다. 고양이 입양을 놓고 부부가 벌였던 냉랭한 신경전, 자신을 지극정성으로 돌봐주는 인간 집사들에게 점점 호감과 애정을 느끼는 당주의 마음이 재치 있는 입담으로 그려지는가 하면, 중심을 잡고 사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지나치게 노력하며 사느라 쉽게 지치고 동동거리는 인간들의 삶이 한편의 희극처럼 그려지기도 한다.
뉴스를 보던 집사들이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당주는 생각한다. “고양이들에겐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게 곧 평화지. 평화를 뭘 추구까지 한담? 각자의 영역이 있고, 먹을 게 있고, 따뜻한 햇살 한줌이 있다면 고양이들에게 평화는 날씨처럼 따라오는 것일 텐데.”
고양이를 화자로 한 따뜻하고 경쾌한 글과 시 속에서 반려묘에 대한 시인의 지극한 애정이 느껴진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