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태-경관지역’ 33곳 중 18곳이 서울에

  • 동아일보

난개발 막는 생태-경관보전지역
남산-불암산-창덕궁 후원 등
개발행위 제한해 생태 보호 목적
8만2500m² 생태공간도 조성 중

지난달 25일 개장한 남산하늘숲길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남산하늘숲길은 기존 산림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구조물만 설치해 조성한 무장애 산책길이다. 
서울시 제공
지난달 25일 개장한 남산하늘숲길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 남산하늘숲길은 기존 산림을 해치지 않도록 최소한의 구조물만 설치해 조성한 무장애 산책길이다. 서울시 제공
4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남산공원 입구. 계단을 오르자 울창한 나무들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회색 콘크리트는 보이지 않고 초겨울에도 푸른 녹음이 공원을 덮고 있었다. 시민과 외국인 방문객들이 평일 오후에도 삼삼오오 산책을 즐겼다. 한 시민은 “서울의 도심 야경도 아름답지만, 낮의 녹음을 보는 것도 정말 좋다. 이렇게 가까운 곳에 도심 숲이 있어서 새 소리를 듣고 걸을 수 있으니 마음을 번잡스럽게 하던 잡생각이 사라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전국 생태·경관보전지역 절반 서울에

남산이 이런 모습을 유지하는 이유는 이 일대가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경관보전지역은 훼손 위험이 크거나 생태·경관적 가치가 높아 특별 보호가 필요한 곳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제도다. 생태·경관보전지역으로 지정되면 건축물 신축이나 토지 형질 변경, 벌목, 포장 공사 등 자연 훼손 가능성이 있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학술·연구 목적의 출입이나 생태 복원, 안전시설 설치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심의를 거쳐 일부 허용된다.

서울시는 남산을 ‘남북 녹지축의 중심 공간’이라고 규정하며 신갈나무 등 수목의 자연성을 보전하기 위해 2006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고 2007년 지정 범위를 확대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등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가 지정한 생태·경관보전지역은 총 33곳인데, 이 가운데 18곳(54.5%)이 서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 면적의 0.6%에 불과한 서울에 보전지역이 절반 이상 몰려 있는 셈이다. 도시 개발 압력이 큰 만큼 훼손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선제적으로 보호해 온 결과다.

보전지역은 남산뿐 아니라 불암산·봉산·인왕산 일대, 삼육대 주변, 창덕궁 후원 등 도심 곳곳에 지정돼 있다. 2009년 관악산과 성내천 하류 등이 추가 지정됐다. 작년에는 여름 철새인 깝작도요와 맹꽁이가 서식하는 강서습지생태공원 일대 한강 구간이 15년 만에 신규 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이 보유한 보전지역 18곳 중 11곳이 오세훈 시장 재임 기간에 새로 지정되거나 면적이 확대됐다”며 “도심 생태축 복원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핵심 제도”라고 말했다.

● 야생동물·철새 보호 강화, 생태공간 확대

시는 산림 보전뿐 아니라 야생동물과 철새 보호에도 힘을 쏟고 있다. 서울시는 전국 399개 야생동물보호구역 중 우면산, 수락산, 난지한강공원 등 6곳을 보유하고 있다. 두꺼비·도롱뇽·고란초 등 보호 필요성이 높은 종의 서식지 보호를 추진하고 있다. 중랑천·청계천·안양천 등 3곳은 시 조례에 따라 철새보호구역으로 지정돼 포획이나 서식지 훼손을 금지하고 있다.

생태공간 확대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안양천 등 17개 자치구 내 9개 하천 23곳에 85억 원을 투입해 총 8만2500m² 규모의 생태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단순한 나무 심기를 넘어 생태 건강성을 높이고 시민이 자연과 어우러지는 공간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도심 속 숲 복원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시는 노들섬을 문화예술 거점으로 조성하는 ‘노들 글로벌 예술섬’ 사업을 진행하면서 맹꽁이가 서식하는 동측 숲을 생물 다양성을 강화하는 생태 숲으로 재조성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들섬 동측 숲은 오랜 시간 다양한 동식물이 살아온 생태 기반 공간”이라며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고 시민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미래형 생태 숲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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