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9억 땅 50억에 판 지자체… 매각 97%가 수의계약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8일 03시 00분


정보공개 청구 통해 1532건 분석
5년간 지자체 재산매각액 8조 넘어

인천 송도신도시 기숙사 건물 전경.
인천 송도신도시 기숙사 건물 전경.
15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의 한 복합건물. 1, 2층 상가엔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3∼9층 레지던스는 인근 대기업 직원과 대학생들로 만실이었다. 한 커피숍 직원은 “평일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붐빈다”고 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지금은 땅값만 수백억 원을 호가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런데 이 땅은 2018년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50억 원에 매각한 토지다. 감정가보다 32억∼39억 원 싼 값이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매수 기업은 수의계약 대상도 아니었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당시 담당자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고 건물에 이미 입주자가 많아 회수는 어렵다”고 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가 재산을 팔 때 공개경쟁 입찰 원칙을 지키지 않고 수의계약을 통하는 관행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최근 5년간(2019∼2023년) 세외수입 중 재산 매각액 의존도가 높았던 시군구 17곳을 상대로 정보공개를 청구해 이 중 11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매각 1532건 가운데 1480건(96.6%)이 수의계약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의계약은 입찰 없이 행정기관이 특정인과 직접 계약을 맺는 것이다. 입찰을 거치지 않으면 최고가 매각 기회를 잃을 뿐 아니라 다른 매수자는 매물의 존재조차 알 수 없어 저가 매각과 특혜 의혹의 온상이 된다.

경북 포항시에선 수의계약으로 시유지를 팔아온 공무원이 뒷돈을 20억 원 가까이 챙긴 사실이 드러나 실형이 선고됐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국유재산 매각을 전면 중단시키고 헐값 매각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5년간 매각액만 8조1857억 원에 달하는 지자체 재산은 더 큰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상봉 한국공유재산학회장은 “지자체 재산은 지방재정의 기반인 만큼 기본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매각 절차와 검증 장치를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자체#수의계약#지방자치단체#공개경쟁 입찰 원칙#재산 매각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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