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명논란’ 검사장 징계 추진에, 수원지검-광주고검장 잇단 사의

  • 동아일보
  • 입력 2025년 11월 18일 03시 00분


[대장동 항소포기 파장]
정부-與, 18명 평검사 강등 등 검토… ‘경위설명 요구’ 박재억 반발 사퇴
검찰내 “의문 제기조차 징계하나”
정성호 “검찰 안정 좋은 방법 고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선 지검장 18명 명의 입장문을 대표로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이날 송강 광주고검장(29기) 역시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최근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비판을 집단 항명으로 간주하고 징계를 추진하는 현 상황에 반발해 검찰 간부들의 ‘줄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 성명서 이름 올린 선임 검사장 전격 사의

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박 지검장은 10일 자신의 명의로 일선 검사장 17명과 함께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린 바 있다. 박 검사장은 당시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일선 검사장 중 최선임(29기)이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른바 ‘검사 파면 법안’을 발의하고 법무부 역시 반발 성명을 낸 검사들에 대해 인사 조처 및 징계, 감찰을 검토하자 검사장들을 대표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송 고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나 검찰 내부망에 명시적으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지난주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의혹만 키울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직급 강등 조치로 징계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빨리 국민들을 위해서 법무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검사장 평검사 강등에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딱히 내부 반발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날 신임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구자현 대검 차장검사(29기)와도 만나 검찰 조직 안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 “합리적 의문 제기, 징계 사유 아냐” 반발

檢총장 직대 굳은 표정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과천=뉴스1
檢총장 직대 굳은 표정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7일 오후 경기 정부과천청사에서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의 면담을 마치고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과천=뉴스1
법무부는 검사장을 평검사로 보직 변경하는 인사 조치가 위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례가 없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이 인사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한다. 앞서 2007년 법무부는 개인 비위가 적발됐던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냈다. 다만 당시엔 비위 혐의를 근거로 했던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에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시끄럽게 떠드냐’며 징계하고 강등을 시키겠다고 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썼다. 한 부장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했는데, 검찰 내부에선 부당한 결정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추진하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경찰은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를 다른 관련 사건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18일 예정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후 자료를 이첩한다는 방침이다.

#검사장 징계 추진#대장동 사건#대장동 항소포기#검사장 사의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