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2011년 12월 이후 14년 만에 KTX 운임 인상을 추진한다. 코레일이 정한 목표 인상률(17%)을 적용하면 현재 5만9800원인 KTX 서울∼부산 일반실 운임은 7만 원으로 오르게 된다. 운임 결정 권한을 가진 국토교통부는 “논의를 시작한 건 맞지만 인상하기로 결정한 건 아니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 “철도 운임 인상 불가피”
25일 한문희 코레일 사장은 대전사옥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5조 원 이상의 재원이 예상되는 KTX 차량 교체 사업을 앞두고 있어 14년째 동결된 철도 운임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KTX 운임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왔지만 한 사장이 공식 석상에서 운임 인상 필요성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KTX 운임은 2011년 12월 오른 뒤 지금까지 그대로다. 한 사장은 “요즘에는 대학등록금도 오르는데 (철도 요금은) 14년 동안 동결됐다”며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레일이 정한 목표 인상률은 17%다. 2011년 이후 다른 교통수단 운임 인상률 등을 고려해 정한 수치다. 이 기간 동안 고속버스와 항공 운임은 각각 21%, 23% 올랐다. 항공 운임 인상률에 맞춰 인상할 경우 KTX 서울∼부산 일반 운임은 8만9000원까지 오른다.
코레일이 운임 인상을 추진하는 건 적자가 쌓이면서 누적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2016년 이후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누적 부채는 21조 원에 달해 연간 이자비용은 4130억 원으로 늘었다.
전기요금 부담이 늘어난 점도 운임 인상 추진 배경이다. 전기요금은 코레일 영업비용의 15%를 차지한다. 코레일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이 부담한 전기요금은 5796억 원으로 2021년(3687억 원) 대비 57.2% 늘었다. 지난해 10월 정부가 산업용 전기요금을 평균 9.7% 인상하기로 하면서 올해는 전기요금으로 약 6400억 원을 내야 한다.
노후 차량 교체도 시급한 과제다. 현재 운행 중인 고속열차 86대 중 46대(53.5%)가 2004년 도입한 KTX-1이다. 기대 수명이 30년이라 2033년, 2034년에는 새 차량으로 교체해야 한다. 이미 노후화가 시작되면서 지난해부터 일부 차량은 운행 횟수를 줄인 상황이다. 차량 교체 비용은 약 5조 원으로 추산된다. 차량 제작, 시운전 기간 등을 고려하면 2027년 발주해야 2033년부터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재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게 코레일 측 설명이다.
● 국토부 “논의 중이나 인상 확정 아냐”
일각에선 12·3 비상계엄 이후 공공기관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인상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한 사장은 이런 지적에 대해 “꾸준히 정부와 논의해 왔다”며 선을 그었다. 인상 목표 시기에 대해선 “당장은 아니더라도 지금부터 (인상을) 준비하지 않으면 재정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KTX 운임을 인상하려면 국토부가 철도요금 운임상한고시를 수정해야 한다. 기획재정부 협의를 거쳐 국토부가 운임 상한을 결정하면 이 한도 내에서 KTX가 요금을 변경할 수 있다. 현재 운임은 고시로 정한 상한에 육박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운임 인상 여부나 인상 폭 등은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실무 논의를 시작한 것은 맞다”라면서도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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