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저자 요한 하리… 신종 비만약 체험한 뒤 실체 분석
가공식품 먹으면 포만감 못 느껴… 폭식으로 이어지다 약품에 의존
살찌는 환경 근본적으로 바꿔야… ‘도둑맞은 포만감’ 되찾는 법 소개
◇매직 필/요한 하리 지음·이지연 옮김/404쪽·1만9800원·어크로스
망가진 ‘포만감’ 약물로 채우게 된 인간 신종 비만 치료제인 오젬픽(위 사진)과 위고비를 사용해 체중 감량을 직접 체험한 저자 요한 하리(아래 사진).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 저자인 그는 신종 비만 치료제를 사용한 경험과 전문가 인터뷰 등을 통해 그 명암을 밝힌 책을 냈다. 휴스턴=AP 뉴시스·어크로스 제공
2023년 6월 국내 출간돼 4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도둑맞은 집중력’ 저자가 이번엔 ‘마법의 약’에 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작은 바늘이 달린 파란색 펜을 배에 찌르고 약물을 투입한 지 이틀 뒤. 저자는 늘 먹던 치킨 마요네즈 샌드위치를 겨우 몇 입 베어 물고는 배가 불렀다. 결국 음식을 남길 정도로 식욕이 떨어진 걸 느낀다. 그리고 6개월 만에 체중을 9.5kg이나 감량했다! 이 약의 이름은 ‘오젬픽’.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다이어트약으로 유명해진 비만 치료제다.
이 책은 저자가 요즘 서구를 강타하는 신종 비만 치료제를 직접 경험하고 취재한 내용을 생생하게 담았다. 오젬픽, 위고비, 마운자로 등은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GLP-1 호르몬’ 유사체다. 췌장에서 분비되는 GLP-1은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비만 치료제를 투약한 사람들은 체중을 평균 5∼24% 줄이는 효과를 본다고 한다.
저자 역시 투약 며칠 만에 “식욕이라는 창에 덧문이 내려져 손톱만 한 빛밖에 통과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체중이 줄어드는 기적을 경험한 것이다. 살에 파묻혔던 목선과 광대가 드러나며 자존감도 높아졌다.
처음엔 0.25mg으로 시작했던 투약량이 점차 늘어나 1mg에 이르자 메스꺼움과 멈추지 않는 트림, 변비 등 부작용도 심해졌다. 하지만 부작용들은 음식 섭취량이 줄면서 일어난 신체 변화로 시간이 지나면서 완화됐다. 그럼에도 불편한 감정은 남았다.
“우리는 어쩌다 식욕을 낮추는 약까지 필요하게 될 정도로 뚱뚱해진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약을 개발한 생명과학자와 식품 산업 관계자, 몸을 연구하는 세계적 석학 등 100명이 넘는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신종 비만 치료제의 유행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파헤친다.
먼저 살펴본 건 ‘인간은 왜 이렇게 뚱뚱해졌느냐’였다. 원래 인류 역사를 통틀어 비만인 사람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러다 1970년대 후반부터 비만 인구는 급격히 증가했다. 현재 미국 성인의 약 70%, 유럽 인구의 절반이 과체중 문제를 겪고 있다. 인류는 왜 20세기 들어 갑자기 자제력을 잃고 마구잡이로 음식을 탐하게 된 걸까.
저자는 각종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가공식품에서 해답을 찾는다. 50여 가지 화학물질로 딸기향을 만들어 내는 ‘딸기 없는’ 딸기맛 밀크셰이크처럼, 가공식품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양의 화학물질을 부품처럼 조립해 생산된다.
긴 유통 기간 동안 상하지 않는 음식을 만들기 위해 6000가지 이상의 식품 첨가물이 사용된다고 한다. 뭣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식은 인간의 포만감을 손상시키도록 설계돼 있다. 그러니 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고 위에 구멍이 난 것처럼 더 먹고 싶어진다.
결국 현대사회의 식문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포만감을 망가뜨리는 음식을 먹은 다음에 또다시 포만감을 되찾는 화학물질을 주입하는 삶을 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저자는 비만을 개인의 식단이나 의지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원인이 되는 식문화와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신종 비만 치료제가 비만으로 건강을 위협받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다. 다만 거식증이나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전지전능한 마법의 약은 세상에 없다. 뭐든 과하면 해가 되기 마련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