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근무체계 한계 다가오는 지역의료원… “진료과장까지 당직 투입, 환자는 계속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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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공백 혼란]
전공의 병원 이탈에 부담 떠안아
“중증엔 대응 안돼… 환자들도 불안”

전공의 집단 병원 이탈의 여파로 의료 공백이 확산되는 가운데 28일 전국 지방의료원 35곳 중 하나인 인천시의료원 입구에 직원이 
‘야간 연장진료 운영’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 병원은 대형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거절당한 환자들이 밀려올 것에 대비해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소속 의사들의 연차휴가를 제한했다. 인천=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전공의 집단 병원 이탈의 여파로 의료 공백이 확산되는 가운데 28일 전국 지방의료원 35곳 중 하나인 인천시의료원 입구에 직원이 ‘야간 연장진료 운영’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이 병원은 대형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거절당한 환자들이 밀려올 것에 대비해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고, 소속 의사들의 연차휴가를 제한했다. 인천=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로비에 모인 환자들을 돌아보던 병원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지원받은 인턴 3명이 모두 사직서를 내고 그만뒀다”며 “의료공백을 메우느라 외래진료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연장 운영 중인데 인턴이 그만두며 내과, 외과 진료과장 등이 돌아가며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환자 수가 더 늘면 진료과장들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대형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못 받은 환자 중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의료원으로 향하고 있다. 공공병원이라는 특성상 운영시간을 확대하며 비상근무체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상당수는 ‘조만간 한계가 올 것’이란 분위기다.

수원병원을 비롯해 전남 강진의료원, 충북 청주의료원 등은 외래진료 종료시간을 기존 오후 5시 반에서 2, 3시간 연장한 상태다. 또 이들 병원에서도 대학병원만큼 많진 않지만 일부 전공의가 이탈해 내과, 외과 등 진료과목은 전문의가 돌아가며 24시간 응급실을 지키는 상황이다.

경기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 병원 이탈 이후 다른 병원에서 이송되는 전원 환자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이 열흘 가까이 되면서 지방의료원 사이에선 ‘폭풍 전야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동네병원 등 1, 2차 민간병원이 진료를 맡고 있어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진 않지만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의료원은 대형 종합병원에 비해 전문의 수도 적고 치료할 수 있는 과목도 한정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조금만 환자가 늘어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강진의료원 관계자는 “하루 400명가량 외래진료를 보고 있는데 환자들 사이에서도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하루빨리 사태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외국은 아무리 적어도 공공병원 비율이 50∼70%인데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공 의료 인프라와 역량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비상근무체계#지역의료원#의료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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