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총재 “CBDC 도입 논의 시급…미룰 수 없는 중요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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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12월 15일 11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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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3 MOEF-BOK-FSC-IMF’ 국제콘퍼런스에서 ‘디지털화폐 : 변화하는 금융환경 탐색’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3 MOEF-BOK-FSC-IMF’ 국제콘퍼런스에서 ‘디지털화폐 : 변화하는 금융환경 탐색’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뉴스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5일 “이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성을 지닌 중요한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2023 MOEF-BOK-FSC-IMF 국제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발행되기 시작하면서 CBDC가 중앙은행의 입장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연구과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규제를 받지 않은 스테이블코인은 그 이름과는 달리 가치 측면 등에서 불안정하다”며 “만일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자리를 잡으며 중앙은행 화폐 등을 구축(crowding out)할 경우 금융 시스템이 과연 안정적으로 움직일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화폐의 단일성(singleness of money)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며 “더 나아가 화폐 발행 주조차익과 통화정책 수행 방식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최근 페이팔이 발행한 스테이블코인 PYUSD가 사용되는 실정이다. 이에 이 총재는 “만일 유사한 스테이블코인이 비자나 마스터카드처럼 국제 네트워크를 가진 기관에 의해 발행된다면 국가 간 자본이동의 변동성이 커지고 통화주권에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이 총재는 “민간이 다양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할 때 중앙은행이 이를 단일화해 토큰화(tokenized)된 지급수단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지 않냐는 의견도 있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의 경우 CBDC가 민간 부문의 필요에 의해서도 주도되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 10월4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 공동으로 국제결제은행(BIS)과 협력해 CBDC 관련 1단계 모의실험에서 2단계 모의실험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 총재는 “2단계 CBDC 모의실험은 앞서 설명한 여러 상황을 고려해 범용(retail) CBDC 대신 기관용(wholesale) CBDC를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이로써 은행은 기관용 CBDC를 기반으로 예금을 디지털화한 예금 토큰을 발행하고 기관용 CBDC로 100% 담보된 이머니 토큰(e-money token)도 발행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이들 예금과 이머니 토큰은 모두 중앙은행과 은행이 공동 운영하는 통화원장(monetary ledger)에서 발행·유통된다.

이 총재는 “이 외에도 통화원장과는 별개로 디지털자산을 거래하는 별도의 원장(satellite ledger)이 존재한다”면서 “이 별도원장에서 통화원장의 이머니 토큰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특수지급 토큰이 자산 대금으로 사용될 수 있는지 실험(PoC)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실험의 또 다른 특징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예금 토큰을 활용한 실거래 테스트도 예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총재는 “이를 통해 개념검증(PoC)만으로는 불가능한 여러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CBDC 실험을 하는 국가들 중 일반인 대상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는 국가는 일부에 불과하며 특히 예금 토큰과 연계해 실거래 테스트를 진행하는 국가는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파일럿의 의의가 매우 크다”고 평가했다.

마지막으로 이 총재는 “경제의 디지털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며 “미래는 빠르게 변화하고 중앙은행도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보다는 민간과 같이 경쟁하면서 기술적·제도적으로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민들이 이런 변화 과정을 좀 더 경험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다. CBDC 파일럿이 이런 노력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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