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 입문 9년만에… 정승기, 월드컵 첫 금빛질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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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도전할수있다”에 운동 시작
윤성빈보다 느려도 ‘자신만의 길’
월드컵 2차대회서 英웨스턴 제쳐
3차때 ‘2연속 우승-랭킹1위’ 도전

“운동 경력 상관없이 누구나 도전할 수 있습니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스켈레톤 중계를 보던 중2 소년은 이 한마디를 듣고 부모님을 졸라 썰매 트랙이 있는 강원 평창군으로 향했다. 어려서부터 축구부, 육상부에 들어가겠다고 할 때마다 부모님은 ‘공부하라’며 아들을 말렸다.

‘거북선’ 헬멧을 쓴 정승기가 8일 프랑스 라플라뉴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스타트 구간을 전력 질주하고 있다. 정승기는 개인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번 대회에서 이 트랙 스타트 
기록(5초51)까지 남겼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제공
‘거북선’ 헬멧을 쓴 정승기가 8일 프랑스 라플라뉴에서 열린 2023∼2024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2차 대회에서 스타트 구간을 전력 질주하고 있다. 정승기는 개인 첫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이번 대회에서 이 트랙 스타트 기록(5초51)까지 남겼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제공
이번만큼은 아들도 물러서지 않았다. 부모님은 ‘몇 달 이러다 말고 돌아오겠지’라는 마음으로 아들을 보냈다. 하지만 아들은 경기 파주시에 있는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스켈레톤 입문 9년 만에 기어이 월드컵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스파이더맨’ 정승기(24·강원도청)가 9일 프랑스 라플라뉴에서 열린 2023∼2024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2차 대회에서 1, 2차 시기 합계 2분00초61로 1위에 올랐다. 올해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인 맷 웨스턴(26·영국)보다 0.08초 빠른 기록이었다. 2021∼2022시즌부터 IBSF 월드컵에 나서기 시작한 정승기는 이전에도 총 5번(은 3개, 동메달 2개) 시상대에 오른 적이 있지만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승기의 앞에는 늘 ‘아이언맨’ 윤성빈(29·은퇴)이 있었다. 고3 때 스켈레톤에 입문한 윤성빈이 월드컵 금메달을 목에 거는 데는 4년 6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켈레톤 관계자 사이에서 ‘정승기는 발전이 너무 더딘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정승기는 올해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을 딴 데 이어 월드컵 금메달까지 차지하면서 한국 스켈레톤의 새 간판으로 우뚝 섰다.

대회 우승 트로피와 기념품을 양손에 든 채 웃고 있는 정승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제공
대회 우승 트로피와 기념품을 양손에 든 채 웃고 있는 정승기.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제공
정승기는 “꿈에 그리던 월드컵 우승을 해 기쁘다. 1차 시기 1위를 한 뒤 흔들리지 않기 위해 정신을 부여잡았다. 덕분에 2차 시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승기는 이번 대회에서 트랙 스타트 기록까지 새로 썼다. 1차 시기에서 5초52로 새 기록을 남긴 뒤 2차 시기(5초51)에서는 이를 0.01초 더 줄였다.

올 시즌 1차 대회를 4위로 출발했던 정승기는 2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세계랭킹 2위(417점)로 올라섰다.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현재 랭킹 1위인 크리스토퍼 그로테어(31·독일·425점)와는 8점 차다. 이전까지 한국 선수가 랭킹 1위로 시즌을 마친 것 역시 2017∼2018시즌 윤성빈뿐이다. 정승기는 지난 시즌 3차 대회 종료 후 랭킹 1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정승기는 15일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에서 열리는 3차 대회를 통해 월드컵 2회 연속 금메달과 랭킹 1위 등극에 도전한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스켈레톤#정승기#월드컵#금빛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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