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병원가기 힘들땐 동행인 요청하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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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1인 가구 동행서비스 시행
안산-광명-군포 등 6개 지역서 운영
요양보호사 등 자격 가진 전문인력
집에서 출발해 귀가할 때까지 도와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동행인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는 올 3월부터 거동이 불편하거나 질병 때문에 혼자 병원을 가기 어려운 이들에게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동행인의 안내를 받으며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는 올 3월부터 거동이 불편하거나 질병 때문에 혼자 병원을 가기 어려운 이들에게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경기도 제공
경기 군포시에서 혼자 사는 이모 씨(64·여)는 7년 전부터 매주 3번씩 신장 투석을 하고 있다. 올 2월에는 대장암 판정까지 받아 병원에 가는 횟수가 더 많아졌다. 혼자 병원에 가는 게 힘들다 보니 두 딸이 가끔 동행하는데, 직장에 다니는 탓에 매번 같이 가긴 어려웠다.

올 3월 군포 행정복지센터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두 딸에게 대안을 제시했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질병 때문에 병원에 혼자 가기 어려운 환자에게 경기도가 제공하는 ‘1인 가구 병원 안심동행 서비스’였다. 이 씨의 큰딸은 1일 “동행 서비스 덕분에 어머니가 안전하게 병원에 다니게 됐고, 저와 동생도 일상을 회복할 수 있었다”며 “동행인이 친절한 데다 어머니 증상에 대한 의사 소견도 정확히 전달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 나이, 소득 상관없이 이용 가능


경기도가 올 3월 시작한 이 사업은 요양보호사 등 자격을 가진 전문인력이 집에서 출발해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귀가할 때까지 동행하는 서비스다. 나이와 소득에 관계없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안산·광명·군포·포천·성남·과천시가 참여하고 있는데 올 9월 말까지 진행된 동행 서비스가 1540건에 달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난해 기준으로 도내 1인 가구는 163만4147가구로 전국 1인 가구의 21%를 차지한다”며 “1인 가구 실태조사 등을 토대로 민간 전문가와 일선 시군 의견을 반영해 서비스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아니더라도 △가족이 떨어져 있어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 △부부 모두 거동이 불편한 노인 가구 △어린 자녀를 돌보는 한부모가정 등도 병원 동행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10년 전 받은 간이식 수술 후유증으로 척추가 휘어 거동이 불편한 신모 씨는 “같이 살던 아들이 군에 입대하면서 혼자 병원에 가기 어려웠는데 동행 서비스 덕분에 치료를 잘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동행 서비스 이용 요금은 시간당 5000원이다. 차량 등 이동 수단은 따로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교통비는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에 이용할 수 있는데, 병원 예약 시간이 더 이른 경우 오전 9시 전에도 이용이 가능하다. 자신이 거주하는 시에 전화로 신청하면 된다. 경기도 관계자는 “시민 만족도가 높아 내년에는 최소 4개 시군이 사업에 추가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동행인 교육 통해 전문성 강화

동행인은 요양보호사나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등 국가자격증을 가진 사람 중에서 선발한다. 시군이 채용하고 기본소양 교육 등을 마친 뒤 배치하는데, 현재 약 30명이 활동 중이다. 도는 실제 현장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민원 사례와 이동 중 예상하지 못한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며 인력의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동행인에게는 소정의 보수가 주어진다. 안산에서 동행인으로 활동 중인 이미향 씨(49)는 “혼자 병원에 다니기 힘든 어르신들을 도와드리는 경우가 많은데, 서비스를 마치고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병원#동행인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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