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근육 키우다 무너진 몸, 달리기로 되살렸죠”[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5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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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인 심연수 씨(46)는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 여자부에서 2위를 한 뒤 몸이 급격히 나빠졌다. 근육을 키우며 6개월 지속한 극단적인 식이요법 탓에 몸에 이상이 와 결국 대상포진까지 앓게 됐다.

심연수 씨가 7월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달리고 있다(왼쪽 사진). 심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포즈를 취한 모습(오른쪽 사진).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심연수 씨 제공
심연수 씨가 7월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을 달리고 있다(왼쪽 사진). 심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포즈를 취한 모습(오른쪽 사진).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심연수 씨 제공
“대회출전을 위해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고 단시간에 근육을 키우려고 선수들이 하는 극단적인 식이요법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문제가 된 것 같아요. 6개월간 지속했고 좋은 성과도 냈는데 대회 끝난 뒤 일반식을 먹었더니 몸이 붇기 시작했죠. 호르몬에 변화가 왔는지 몸에 이상이 생겨 고생했어요. 몸 좋아지라고 운동을 했는데 오리려 망친 셈이 됐죠. 지속가능한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운동했어야 했는데 너무 무리한 것 같습니다. 평소대로 운동하며 몸을 추스렸는데 저도 모르는 사이에 대상포진까지 온 겁니다. 귀에서 진물이 나오고 잠도 못 이뤄 병원을 찾아 다녔지만 대상포진이라는 진단은 아주 늦게 알았죠. 골든타임을 놓쳐 고생했죠.”

심 씨는 “어지러워 걷기 힘들었다. 소주 3병 마시고 걷는 느낌”이라고 했다. 병원에 2주가량 입원까지 하는 등 1년 가까이 치료를 받았다. 의사가 “무조건 많이 움직여야 한다”며 권유한 게 걷기와 달리기다.

심연수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심연수 씨 제공
심연수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심연수 씨 제공
심 씨는 평소 운동에 관심이 많았다. 약 10년 전부터 인터넷 블로그 ‘낸시의 홈짐’을 따라 홈트레이닝으로 몸을 만들었고, 전문적인 웨이트트레이팅 PT(퍼스널 트레이닝)까지 받고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입상까지 했다. 하지만 지나친 식이요법으로 체내 호르몬에 이상이 와 대상포진까지 걸렸고, 이를 걷고 달리기로 극복해 지금은 마라톤 42.195km 풀코스까지 완주하는 ‘철녀’로 거듭났다.

“집에서 몸을 만들다 보니 더 전문적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피트니스센터를 찾아가 전문가 PT를 받았죠. 근육을 키우면서 주변을 보니 크고 작은 보디빌딩대회가 많았어요. ‘이런 세계도 있구나’ 다소 놀라면서도 ‘나도 출전해야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2018년 웨이트트레이닝을 시작한 심 씨는 바로 재미를 붙였다. 그는 “저를 지도해주시는 트레이너가 ‘몸도 좋고 운동 잘한다’고 하니까 더 흥미를 가지게 됐다”고 했다. 1년여 뒤 대회출전을 도와주는 피트니스센터로 옮겨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다. 근육을 키우며 보디빌딩 생활체육 2급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그냥 보디프로필 한 번 찍는 게 아니라 대회출전이란 목표로 진심으로 열심히 했어요. 제가 처음 하고 싶은 도전이었죠. 그래서 정말 새벽에 눈 뜨고 아침 점심 저녁 운동을 했어요. 유산소로 지방을 태우고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만들고…. 하루 6시간 넘게 운동한 것 같아요.”

심연수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심연수 씨 제공
심연수 씨가 2020년 4월 한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 심연수 씨 제공
심 씨는 “가정주부로 가족들에게 밥을 차려주면서 식이요법을 하는 게 힘들었다”고 했다. 그래도 근육 키우는 게 재밌어 잘 참고 버텼다. 2020년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여파에도 열린 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여자부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몸 상태는 오히려 나빠지게 된 것이다.

“당시 몸을 열심히 만들고 있었는데 코로나 19로 취소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도 참고 열심히 했어요. 다른 친구들은 다 포기할 때 전 끝까지 남았죠. 준우승까지 하니 성취감과 자존감이 크게 상승했죠. 그런데 몸이 안 좋아지면서 좀 시련을 겪었어요.”

심 씨는 의사의 권유대로 걷고 달리기 시작했다. 마침 홈트레이닝 때 ‘온라인’으로 만나다 오프라인으로 모여 함께 운동하던 멤버들도 달리기 시작할 때였다.

“집에서 운동하다 같은 지역에서 사는 여자들끼리 친해지면서 모이기 시작했죠. 집에서 혼자, 혹은 모여서 함께 운동하기도 했죠. 홈트레이닝이 자신의 몸을 가지고 하는 근육운동이라 몸이 좋아지는 것을 함께 느꼈어요. 자연스럽게 동호회가 형성됐어요.”

심연수 씨가 3월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출전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심연수 씨 제공
심연수 씨가 3월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42.195km 풀코스에 출전해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심연수 씨 제공
2021년 말부터 함께 달렸다. 달리니 병이 호전됐다. 홈트레이닝 멤버 18명으로 ‘탑시아’ 러닝크루도 만들었다. ‘Top-Sia(Sisters in Arpia)’는 ‘경기 용인 죽전 아르피아스포츠센터에서 최고를 향해 달려가는 여성들’이란 뜻이라고 했다. ‘즐겁게 욕심부리지 않고 현재를 즐기며 할머니가 돼서도 달리자’는 모임이다. 매주 토요일 새벽 만나 1시간 함께 달리고 커피 마신 뒤 헤어진다. 신 씨는 5km부터 시작해 거리를 늘려갔다. 올 3월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에서 풀코스를 4시간 21분에 완주했다. 첫 풀코스 완주다.

“극한의 고통이 있었지만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꼈어요. 보디빌딩대회와는 완전 다른 느낌이었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도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게 마라톤입니다. 제 스스로가 너무 대견스러웠죠.”

달리면서 몸이 다시 살아났다. 그는 “아직 가끔 어지러움증세을 느끼기도 하지만 달린 뒤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3개월 전부터 제대로 달리는 법도 배우고 있다. 3만 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온라인 카페 ‘오픈케어’에서 제공하는 달리기 교실에서 배우며 달리고 있다. 오픈케어는 회원들에게 달리기와 마라톤 철인3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오프라인에서 체계적인 훈련도 시켜주고 있다. 심 씨는 7월 30일 새벽 열린 오픈케어 오프라인 훈련에 참가해 2시간을 달렸다. 그는 “잘못된 자세로 체력만 믿고 달리다 보면 다칠 수 있다. 그럼 오래 지속할 수 없다. 아프면 운동할 수 없고, 운동 못하면 몸이 아프다. 평생 달리기 위해 제대로 달리는 법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톱시아 회원들이 7월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함께 달린 뒤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이명희, 김수민, 심연수, 김미진, 김유정,  권선희 , 정민교, 이희경 씨.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톱시아 회원들이 7월 3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보조경기장에서 함께 달린 뒤 포즈를 취했다. 왼쪽부터 이명희, 김수민, 심연수, 김미진, 김유정, 권선희 , 정민교, 이희경 씨.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살면서 무엇인가에 도전하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다. 하지만 심 씨에게 대회출전은 절대적인 목표는 아니다. “하나의 재밌는 에피소드”라고 했다. 그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보디빌딩대회에 출전했고, 달리다 보니 마라톤대회에 나간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이런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게 즐겁다. 향후 해외 마라톤대회 출전까지 계획하고 있다. 심 씨는 같은 나이대 여성들에게 ‘동기부여’도 주고 있다. 심 씨가 몸을 잘 만들어가고 있는 과정을 지켜본 주변 여성들이 따라 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전 하루하루 즐겁게 사는 게 좋아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운동하고, 친구들하고 만나고, 아이들 돌보고…. 이런 삶이 즐거워요. 이렇게 살다 보면 앞으로 더 즐거운 일들이 많이 생겨나지 않겠어요?”

심 씨는 “언젠가 울트라마라톤, 트레일러닝도 하고 있을 수 있다. 즐거우면 도전하는 게 내 삶의 방식이다. 앞으로 재밌는 게 더 많이 생기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여성 전용 순환운동 인터벌트레이닝 센터에서 파트타임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심 씨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등산을 번갈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심연수 씨가 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심  씨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등산을 번갈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심연수 씨 제공
심연수 씨가 산에 올라 포즈를 취했다. 심 씨는 웨이트트레이닝과 달리기, 등산을 번갈아 하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심연수 씨 제공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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