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의 첫 올스타전, 원없이 즐겨야죠”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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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세 투수 노경은 “충분히 누릴것
내 몸에 딱 맞춘 운동이 장수비결”

프로야구 SSG의 노경은이 5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안방경기에서 3-1로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피칭을 하며 시즌 13번째 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SSG 제공
프로야구 SSG의 노경은이 5월 30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의 안방경기에서 3-1로 앞선 7회초 마운드에 올라 무실점 피칭을 하며 시즌 13번째 홀드를 기록하고 있다. SSG 제공
“감독님, 저 이번에 올스타전 나가보고 싶습니다.”

프로야구 SSG의 불펜 투수 노경은(39)이 지난달 소속 팀 훈련을 마친 뒤 경기장 외야에 서있던 김원형 감독(51·SSG)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이달 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2023 KBO리그 올스타전의 드림 올스타 사령탑인 김 감독에게 올스타전 출전 선수 추천이 가능한지 물어본 것이다. 김 감독은 웃으며 “그럼 그때까지 계속 잘해라. 성적이 나와야 추천도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감독과 대화를 마친 뒤 노경은은 자신이 참 많이 변했다고 느꼈다. 10년 전만 해도 노경은에게 올스타전은 ‘남의 일’이었다. 이달 5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만난 노경은은 “어렸을 때는 올스타전에 출전하지 않기 위해 올스타전을 기다렸다. 시즌 중 일주일을 쉴 수 있는 유일한 기간이었기 때문”이라며 “선발 투수였던 2013시즌에도 출전 기회가 있었지만 쉬고 싶은 마음이 커서 굳이 감독님께 추천을 부탁하거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이제 올스타전에 출전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는 “내년이면 벌써 마흔이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나이가 되다보니 문득 ‘야구 생활하면서 올스타전에 한 번도 못 나가봤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평생 올스타전에 못 나갈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SSG의 노경은이 지난달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안방경기에서 3-6으로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노경은은 이번 시즌 필승조와 추격조를 오가며 팀 내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다. SSG 제공
프로야구 SSG의 노경은이 지난달 1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안방경기에서 3-6으로 뒤진 7회초 마운드에 올라 역투하고 있다. 노경은은 이번 시즌 필승조와 추격조를 오가며 팀 내 핵심 불펜으로 활약하고 있다. SSG 제공


노경은은 4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발표한 감독 추천 선수 명단에 드림 올스타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2003년 두산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에 입단한 지 21년 만의 개인 첫 올스타전 출전이다.

김 감독이 자신있게 노경은을 올스타전 출전 선수로 꼽을 수 있었던 데는 노경은이 김 감독이 앞서 제시했던 “잘하라”는 조건을 충족해냈기 때문이다. 노경은은 12일 현재 6승 3패 2세이브 평균자책점 3.95를 기록하며 SSG의 핵심 불펜으로 활약 중이다. 특히 시즌 홀드는 18개로 이 부문 단독 선두다.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도 노경은은 드림 올스타 중간계투 최다 득표자인 구승민(33·롯데·94만6981표)에 이어 2위(50만1643표)를 기록했다.

끈기가 조금만 부족했더라면 정말로 올스타전 출전 없이 선수 생활을 마칠 수도 있었다. 2021년 당시 소속 팀 롯데에서 3승 5패 평균자책점 7.35로 부진했던 노경은은 시즌 종료 후 팀에서 방출됐다. 그대로 선수 생활 은퇴를 선택할 수도 있었지만 노경은은 포기하지 않았고, SSG의 입단 테스트를 받아 합격했다. 노경은은 지난해 SSG에서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2승 5패 7홀드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2023시즌 KBO리그 올스타전 첫 출전을 확정한 프로야구 SSG의 불펜 투수 노경은이 이달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IA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팀 더그아웃 앞에서 글러브와 공을 든 채 웃음짓고 있다. SSG 제공
2023시즌 KBO리그 올스타전 첫 출전을 확정한 프로야구 SSG의 불펜 투수 노경은이 이달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KIA와의 안방경기를 앞두고 팀 더그아웃 앞에서 글러브와 공을 든 채 웃음짓고 있다. SSG 제공


노경은의 ‘롱런’ 비결은 꾸준함이다. 노경은은 “자기가 세워둔 계획을 잘 지켜야 한다. ‘오늘은 컨디션이 안 좋으니까 하루 쉬자’ 이러면 안 된다. 아무리 힘든 날이라고 해도 계획한 운동은 반드시 해내는 습관을 들이다 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린 선수들과 비교해도 내가 체력적으로 부족하다는 걸 느껴보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노경은이 인터뷰에 임한 이날도 예외는 없었다. 5일 KIA와의 안방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노경은은 경기가 끝난 뒤 무산소 근력 운동 루틴을 30분 채운 후에야 집으로 향했다. 노경은은 “경기에 출전한 날은 무산소 운동 대신 러닝머신을 20~30분 정도 뛰는 유산소 운동에 집중한다. 2연투를 해서 다음날 휴식이 예정되면 2연투를 한 날 반드시 어깨 운동을 하는 루틴도 있다. 다음날 공을 안 만지니까 근육을 미리 ‘조여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노경은이 절대 하지 않는 운동도 있다. 그는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무슨 운동을 한다고 해서 내가 그 운동을 따라하면 오타니처럼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타니는 오타니에게 맞는 운동이 있고, 나는 내게 맞는 운동이 있기 때문에 오타니가 하는 운동 중에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운동도 있다”고 말했다.

일례로 노경은은 가슴과 이두 근육 운동을 안 한다. 그는 “나는 근육의 재질이 굉장히 뻑뻑한 편이라 가슴, 이두 운동을 하면 공을 던질 때 근육이 간섭을 주면서 오히려 불편해진다. 자신의 몸을 잘 이해해야만 운동을 오래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철저한 훈련 루틴으로 단련된 노경은은 이번 올스타전도 정규시즌 경기처럼 준비하고 있다. 올스타전 출전이 확정되자마자 ‘전력 투구’를 다짐했다. 노경은은 “10년 만에 찾아온 올스타전 기회를 잡게 됐다. 공 하나도 설렁설렁 던지지 않겠다”고 말했다.

물론 올스타전 내내 정색만 하고 공을 던질 생각은 아니다. “제 야구 인생에 마지막 올스타전이 될 수도 있잖아요. 올스타전에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걸 충분히 누려보고 싶어요. 팬들과 함께하는 이벤트에서는 팬분들과 웃고 즐기고도 싶어요. 다시 오지 않을 수 있는 순간이라 생각하니 이번 올스타전의 모든 게 다 소중하게 느껴지네요.”



인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ssg#투수 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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