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소음이 아닌데, ‘죽인다’고 협박… 3년째 반복돼 억울[층간소음 이렇게 푼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1일 1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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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나는 소음이 아니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분명히 바로 위에서 들리는데 무슨 소리냐’고 우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층간소음 문제는 해결하기 참 어렵습니다. 딱 부러진 증거를 들이대기 힘든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끼리 서로 목소리 높여 주장해봐야 증명되는 것은 없고, 싸움만 커지기 마련입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빌라는 벽이 기둥 역할을 하는 벽식 구조라 아래층 위층 소음 진동 전달이 별도로 기둥이 있는 기둥식 보다 심한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입니다. 윗집의 옆집, 윗집의 윗집, 심지어는 아랫집의 소음 진동이 전달되기도 합니다. 오해가 오해를 낳고, 감정이 싸움을 부릅니다. 이럴 때는 냉정하게 제3자인 관리사무소, 다른 이웃 혹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비용과 시간 측면에서 효율적일 때가 많습니다.

※ 아래 내용은 실제 사례입니다. 층간소음 관련 고충이 있으면 메일(kkh@donga.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적절한 해법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사례: 쿵! 쿵! 소음 해결됐더니, 이제는 쇳소리 난다며 ‘죽인다’고 협박
서울 강남의 빌라 302호에 살고 30대 남자입니다. 아내와 돌이 안된 아기, 저 이렇게 3식구입니다. 집안에서 뛸 일도 없고 망치질할 일도 없습니다. 아기는 돌 전이라 아직 뒤집기 정도만 하고 있습니다. 쿵 쿵 소리 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랫집 202호 할아버지는 약 3년 3개월 전부터 지금까지 우리 집에서 쿵쿵하는 소음과 쇠가 부딪히는 소음, 할아버지 표현으로는 ‘쇠 소음’이 난다며 찾아와 조용히 하라고 항의를 해왔습니다.

202호 할아버지는 현재 지병으로 약을 드시고 계십니다. 그래서 그런지 층간소음이 발생만 되면 무조건 우리 집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스트레스를 풀고 협박하고 심하면 칼이나 흉기를 갖고 와 죽이겠다고 협박을 합니다.

아무리 우리 집이 아니라고 해도 안 믿으십니다. 도저히 안 돼 경찰에 신고하여 경찰들이 4번 정도 출동을 하여 중재를 했습니다.

최근 일입니다. 할아버지가 저녁 11시 30분경에 올라와서 “이 시간에 망치로 뭘 때리냐. 쿵 쿵 쿵 소리가 너무 크다”며 “잠을 못 자겠다”고 항의를 했습니다. 역시 “우리 집이 아니다”라고 말씀 드렸는데 믿지 않고 “102호, 402호 집에도 확인을 해봤는데 다들 소음을 안 냈다”며 죽이겠다는 협박까지 했습니다.

그때 우연히 201호 아주머니가 301호 집을 찾아가 아기가 뛰고 소리를 질러 층간소음이 너무 심해 미칠 것 같다고 항의를 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때 들으니 저녁 10시에서 새벽 1시쯤 자주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202호 할아버지가 층간소음이라 듣고 있던 소음들은 저희 집이 아니라 앞집 301호에서 소음이 난 것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아무리 설명을 해도 할아버지는 여전히 우리 집이라며 막무가내입니다.

그러다 301호 소음에 시달리는 201호 아주머니의 설명을 듣고는 할아버지가 조금은 누그러졌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특정 시간에 안방에서 기계 소음이 심하게 난다며 또 항의를 심하게 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 집이 아니라고 했지만 이번 역시 도무지 믿지 않습니다. 며칠이 지나고 할아버지가 찾아와 항의를 하는 그 시간에 우리 집 위에서 그 소리가 들렸습니다. 윗집은 자기 집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동안 아이 뛰는 쿵 쿵 소리 문제로 지칠 대로 지쳤는데, 이제는 쇳소리로 항의를 하고 있으니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아이 뛰는 소음과 쇳소리, 이제는 어떤 것으로 트집을 잡을지 두렵습니다. 현재 제 아내는 둘째 아이를 임신 중입니다. 미치겠다며 이사를 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형편상 몇 년을 더 이 빌라에 살아야 하는데 죽겠습니다. 방법이 없을까요.

차상곤(주거문화개선연구소장)의 ‘실전 팁’
벽식구조 건물의 특성상 층간소음원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이웃 간의 오해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위 사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아이 뛰는 소음 문제는 202호 거주자가 302호의 문제가 아닌 것을 알았으니 지속적으로 항의를 하지 않을 것입니다. 현 상태를 유지하시면서 당분간 지켜보는 게 좋겠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쇠 소음의 원인은 경험상 볼 때 옥상에 설치된 화장실 환기팬의 작동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환기팬은 관리가 잘 안되면 회전축에 녹이 끼고, 이로 인해 바람이 심하게 불 때 팬이 돌아갈 때 쇠가 끌리는 소음이 발생합니다. 환기팬을 교체하거나 녹을 제거를 하면 쇠 소음이 해결될 것입니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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