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美 핵심정보 요구에 ‘진퇴양난’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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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유출 빨간불]
美, 반도체 보조금 대가로 제출 요구
“기밀 주면서까지 받아야 하나” 고민
배터리 기업들은 ‘인플레법’ 딜레마

미국발(發) 반도체 공급망 재편 움직임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지만 또 다른 위협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현지 생산시설 설립 보조금을 지원하는 대가로 핵심 정보들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앞서 3월 31일(현지 시간)부터 미국 정부는 자국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따른 현지 공장 유치 보조금 신청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주요 반도체 기업들 중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곳은 없다. 미국 상무부는 자국의 세금을 들여 보조금을 지원하는 만큼 수혜 기업의 재무건전성과 초과 수익을 직접 검증하고 주요 생산 라인별 수율과 원료 현황까지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시설 접근을 열어둔 기업을 우대한다”는 조건까지 내걸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미국 상무부에서도 (보조금 신청 기업)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확인해줄 수 없다”고 대응하고 있다. 이들은 앞서 미국 정부의 신청 조건이 공개됐을 때 “심사 대상이 되는 최첨단 공정의 수율 등은 경영상 기밀에 해당하는 정보다. 이를 제공하면서까지 보조금을 받는 게 합당한 것인지 면밀히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류더인 대만 TSMC 회장도 현지 콘퍼런스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일부 조건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 정부는 앞서 2021년 반도체 공급이 부족해지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에 45일 내 반도체 재고 관련 영업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전기차 공급망의 핵심 정책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역시 핵심 광물 비중을 검증하는 방법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기업들이 기술 유출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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