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 폭력 피해 아동 66% 현장 목격… 적극 지원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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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비전 8년째 피해 가정 적극 지원
“피해 아동 지원책-예산 더 늘려야”

월드비전이 지난해 7월 5일 가정폭력 피해 아동 가정 자립지원 사업 성과연구 및 정책 포럼을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찍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배우 유지태 씨(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를 비롯해 김미애 국회의원(국민의힘)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서울대,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이 지난해 7월 5일 가정폭력 피해 아동 가정 자립지원 사업 성과연구 및 정책 포럼을 마친 뒤 기념 사진을 찍었다. 월드비전 홍보대사인 배우 유지태 씨(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를 비롯해 김미애 국회의원(국민의힘)과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경찰청, 서울대,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월드비전 제공
40대 초반의 A 씨는 올 3월 딸과 함께 쉼터에 입소했다. 남편은 10여 년 동안 A 씨를 폭행했다. 보다 못 한 딸이 A 씨에게 도망가라고 했지만 혼자 그럴 수는 없었다. A 씨는 용기를 내 112에 직접 전화를 걸어 남편을 신고했다. 이후 1366을 통해 딸과 함께 해당 쉼터에 입소했다. A 씨는 자신의 몸에 남은 폭력의 흔적보다 아빠의 폭력을 수차례 목격했던 딸의 트라우마가 더 걱정이다. A 씨의 딸은 성인 남자만 봐도 숨는 버릇이 생겼다.

이런 사례가 적잖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가정폭력 피해여성 자녀의 65.5%가 폭력 현장을 목격한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은 우울하거나 공격성을 띠며,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어려워할 수 있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아동은 대부분 피해 여성과 함께 보호시설에 입소한다. 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심리치료 등의 지원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 월드비전은 2016년부터 가정폭력 피해아동 가정을 대상으로 지원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약 17억 원을 투입해 1419명의 피해자를 도왔다. 올해에는 2억 원을 투입해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와 함께 66개 쉼터에 입소한 가정폭력 피해아동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곽혜전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상임대표는 “NGO의 지원으로 피해자의 자녀들에게 미술치료나 놀이치료 등을 진행하는 등 트라우마 치료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김순이 월드비전 국내사업본부장은 “가정폭력 노출 아동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가정폭력 피해아동 가정 자립지원 사업 성과연구 및 정책 포럼’도 열었다. 이 포럼의 영향은 컸다. 여가부 주도로 1366 여성긴급전화를 아동학대 신고의무기관에 포함시키기 위한 법률 개정 움직임이 감지됐다. 경찰청은 가정폭력 신고 현장에서 아동학대 피해에 적극 대응하라고 강조하는 지침을 시도 경찰위원회에 내렸다.

하지만 가정폭력 피해아동에 대한 지원은 아직 미흡한 수준이다. 이를테면 가정폭력 피해 아동에 대한 심리치료가 최대 10회로 제한돼 있어 더 큰 효과를 내기 어렵다. 조명환 월드비전 회장은 “가정폭력 노출 아동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여가부 예산 확대 및 관계 부처 협력 강화를 요구하는 등 그 아이들을 위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가정 폭력 피해 아동#66% 현장 목격#여성가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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