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경제까지 영향 미치자 정부는 이런 ‘묘수’까지 짜냈다[황재성의 황금알]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0일 09시 00분


코멘트

1: 한국, 이대로라면 2750년에 사라진다
2: 생활인구로 인구 소멸, 수도권 집중 해결
3: 일본 독일 등도 유사 제도 활용 대응 나서
4: 강원 양양 등 인구 150% 증가 효과 기대

황금알: 황재성 기자가 선정한 금주에 알아두면 좋을 부동산정보
매주 수십 건에 달하는 부동산 관련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입니다. 돈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는 옥석 가리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독자 여러분의 수고를 덜어드리겠습니다. 매주 알짜 부동산 정보를 찾아내 그 의미를 정리해드리겠습니다.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 명예교수는 2006년부터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 한국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인구 소멸 1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주목을 받았다. 그는 17일 국내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참석해서도 “이대로라면 2750년 한국은 소멸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강남구 오크우드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해법에 대해 인터뷰하는 모습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이대로라면 2750년, 한국이라는 나라는 소멸(extinction)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 인구학 분야의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 명예교수(77)가 지난 17일 국내에서 열린 심포지엄(‘저출산 위기와 한국의 미래: 국제적 시각에서 살펴보는 현실과 전망’)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해 “한국은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했지만, 그 대가로 이를 물려줄 다음 세대가 없어졌다”며 이같이 경고했습니다.

그는 17년 전인 2006년 유엔 인구포럼에서 한국의 저출산 현상이 지속하면 한국이 지구 위에서 사라지는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당시 ‘코리아 신드롬’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낸 세계적인 석학입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 피치가 인구 구조 악화가 각국 정부의 신용 등급이 ‘투자 부적격(정크)’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어 “저출산 고령화가 특히 심각한 한국, 중국, 대만 등은 2050년경 최악의 신용등급 강등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으로 우려했다”고 전했습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도 18일 보고서(‘인구구조 변화가 GDP에 미치는 영향 추정 및 시사점’)를 통해 “한국의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총생산(GDP)이 매년 1.2%씩 줄어 2050년에는 2022년 대비 28.4% 감소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우리나라 저출산 고령화에 대한 우려는 어제오늘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강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노란불을 넘어선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이러한 인구구조 변화는 부동산시장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인구는 부동산 가치를 구성하는 3대 요소(시간, 공간, 인간) 가운데 하나로 꼽힐 정도로 중요합니다. 외환위기 직후나 금융위기 여파 등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락할 때마다 “한국에서 부동산 불패신화는 끝났다. 부동산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첫 논거가 인구감소였습니다.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인구수를 늘릴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점입니다. 정부는 2006년 이후 저출산 문제 해결에 280조 원 넘게 쏟아 부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출산율이 0.78로 또다시 떨어지면서 세계 최저 출산율 기록을 또다시 갈아 치웠습니다.

여기에 한국은 수도권 인구집중에 따른 비수도권의 소멸위기라는 오래된 숙제도 갖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수도권 거주인구 비율은 50.4%로 전년보다 0.2%포인트가 높아졌습니다. 2000년 46.3%에서 매년 꾸준히 올라 2019년(50.0%)에 50.0%선을 돌파한 이후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는 좌우를 막론하고 인구의 수도권 집중 해소를 위한 대책 마련에 적잖은 공을 들였습니다. 1983년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과 행정수도 이전과 공기업 지방이전 등이 대표적인 대책들입니다. 그럼에도 결과는 실패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새로운 해법을 내놨습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발표한 ‘생활인구의 세부요건 등에 대한 관한 규정’(이하 ‘생활인구 규정’)입니다. 핵심은 ‘생활인구’라는 확장된 인구개념을 인구정책에 도입하자는 것입니다. 그 의미와 가능성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 인구문제 해결사로 등장한 ‘생활인구’
인구 감소는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졌다. 이로 인해 학교 통폐합이 진행되면서 서울 광진구 화양초등학교가 40년 만에 폐교되었다. 사진은 지난 4월 4일 오후 이 학교 정문에 걸린 폐쇄 안내문이다. 동아일보 DB
행안부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국가 총인구 감소 상황에서 지방소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교통·통신이 발달함에 따라 이동성과 활동성이 증가하는 생활유형을 반영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그동안 정부나 연구기관 등이 정책을 수립하거나 인구 관련 연구에서 활용하는 인구통계는 주로 ▲등록인구(주민등록 등록인구)나 ▲상주인구(한 지역에 주소를 두고 늘 거주하는 인구) ▲체류인구(객지에 가서 머무르는 인구) ▲유동인구(일정 기간에 한 지역을 오가는 사람) 등이 사용돼 왔습니다.

특히 인구정책은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인구의 양적 확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절대인구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은 한계에 부닥칩니다. 특히 국토균형 발전정책 등과 같은 인구분산 정책은 국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제로섬’(zero sum)에 불과하다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생활인구는 이런 딜레마를 극복할 방책이기도 합니다.

이번에 발표된 생활인구 규정과 관련 법령(‘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동법 시행령)에 따르면 생활인구는 크게 3가지로 됩니다. 첫 번째는 주민등록법에 따라 주민으로 등록된 사람입니다. 기존에 활용돼온 등록인구를 의미합니다.

둘째는 통근·통학·관광 등의 목적으로 주민등록지 이외의 지역을 방문하여 하루 3시간 이상 머무는 횟수가 월 1회 이상인 사람입니다. 예컨대 A에 주민등록 주소를 두고, B지역에 있는 직장으로 출퇴근하면서, 주말마다 부모님이 사시는 C지역을 찾고, 한 달에 한 번정도 D지역에 위치한 캠핑장을 이용하는 홍길동 씨(가명)는 A~D지역의 생활인구가 된다는 뜻입니다. 기존 개념으로 보면 체류인구에 해당합니다.

이 때 체류시간 기준을 3시간으로 정한 것은 국토연구원의 연구용역 결과를 따른 조치입니다. 국토연에 따르면 유형별 체류시간은 일(평균체류시간·3시간 1분) 학습(3시간29분) 여가(3시간39분) 등이 모두 3시간대였습니다. 지역별로도 인구감소지역(4시간47분)과 관심지역(3시52분)에서 평균 3~4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셋째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 등록을 했거나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내거소신고를 한 사람입니다. 예컨대 영주권이나 시민권을 가진 재미교포이면서 국내에 거주하는 사람 등이 해당됩니다.

결국 생활인구는 ‘등록인구’에다 ‘체류인구’와 ‘외국인등록인구’를 더한 값이 됩니다. 결국 그만큼 인구수가 늘어나게 됩니다. 학계에서는 생활인구를 도입하면 등록인구를 기준으로 할 때보다 인구수가 최대 1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행안부는 올 하반기에 전국 7개 지역을 대상으로 시범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할 계획입니다. 이후 내년부터 전체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생활인구를 산정해 공표할 방침입니다.

행안부는 생활인구 활용방안과 관련해서 성별·연령대·체류기간·목적 등 지역의 생활인구 특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정책을 발굴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즉 젊은 직장인의 관광 목적 단기방문이 많은 지역에는 ‘워케이션’ 사업을 지원하고, 노년층 생활인구가 많은 지역에는 ‘실버타운’ 등의 건립을 지원하겠다는 겁니다.

● 일본은 관계인구, 독일은 복수주소제 도입 운영
저출산 문제로 오랫동안 신음해온 일본은 2018년부터 ‘관계인구’라는 개념을 적극 도입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사진은 올해 1월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한 패밀리레스토랑 실내이다. 부족한 인력을 대신하기 위해 고양이 얼굴을 한 서빙 로봇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동아일보 DB
행안부는 생활인구가 국내에서만 시도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심각한 저출산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2018년부터 ‘관계인구(關係人口)’라는 개념을 적극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고령화에 취약한 국가로 지목된 독일도 2003년부터 ‘복수주소제’를 도입했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새로운 인구개념인 생활인구의 의미와 향후과제’)에 따르면 일본의 관계인구는 이주해 정착한 정주인구(定住人口)보다는 관계가 약하고, 관광하러 온 교류인구(交流人口)보다는 관계가 강한, 지역과 다양하게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입니다.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을 응원하는 외지인과 해당 지역의 연관성을 심화시키고 관계를 유지하게 함으로써 외지인이 해당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만든 개념입니다. 즉 새로운 인구가 지방으로 유입하는 것을 촉진할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는 의미입니다.

우리나라의 행안부에 해당하는 일본 총무성은 관계인구 확대를 위해 2018년부터 매년 약 15억 엔(19일 기준 환율 적용·144억여 원) 규모의 특별교부세를 지자체 관계인구 창출 사업에 지원합니다. 지원대상 사업은 지역으로 이주를 희망하는 사람에 대한 정보 제공과 상담, 사전 이주 체험, 이주자의 정주·정착 지원업무 등입니다.

일본은 또 관계인구 확대를 위해 2008년부터 ‘고향납세제’도 운영 중입니다. 지자체가 고향납세 포털사이트에 사업을 등록하면 도시거주자가 응원하고 싶은 사업을 선택한 뒤 고향납세(기부)를 하는 것입니다. 지자체는 이를 이용해 고향이주 교류 촉진사업에 활용하는 한편 기부자와의 관계를 유지하면서 기부자가 미래에 해당지역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

독일의 ‘복수주소제’는 거주지로 등록된 지역과 실제 생활공간이 다른 인구를 관리할 목적으로 도입됐습니다. 거주자가 주로 사용하는 주택이 있는 지역을 주 거주지로 보고, 주 거주지 이외에 추가적인 주택이 있는 지역을 부 거주지로 보는 게 핵심입니다.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는 생활의 기준점으로 판단합니다. 예컨대 주말 부부라면 실제 거주와 생활시간은 직장 근처의 부 거주지가 더 길지만, 가족이 함께 모이는 곳을 생활의 기준점으로 보고 주 거주지로 봅니다.

주민은 주 거주지와 부 거주지 모두 신고할 의무가 있는데, 부 거주지를 신고한 사람은 부 거주지에 제2거주지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지자체는 제2거주지세를 징수해 지방공공재 또는 행정서비스 제공 비용 등으로 사용합니다. 다만 직장 등을 이유로 부 거주지를 가진 경우와 미성년자인 경우에는 제2거주지세가 면제됩니다.

또 부 거주지에서 생활하면서 소요되는 비용(임대료, 주 거주지로 이동하는 왕복 교통비 등)을 소득세에서 세액공제해 줍니다. 따라서 부 거주지를 신고한 개인 및 자영업자 입장에서도 부 거주지를 신고함으로써 얻는 혜택이 있습니다.

● 생활인구가 부동산시장에 미칠 영향
생활인구가 도입되면 ‘서핑천국’으로 불리며 최근 관광객이 급증한 강원도 양양군의 경우 인구수가 150% 정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양양군 죽도해수욕장에서 파도를 즐기는 서퍼들 모습이다. 동아일보 DB
앞서 언급했듯 생활인구를 도입하면 등록인구 또는 정주인구 대비 인구수가 최대 150%가량 늘어납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강원 양양군입니다. 양양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주민등록인구는 2만7866명입니다.

그런데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양양군을 찾은 관광객은 무려 1638만 명에 달합니다. 10여 년 전부터 양양 앞바다가 ‘서핑 성지’로 인식되기 시작한 데다 2017년 서울양양고속도로와 강릉선 KTX가 개통된 게 주효했습니다.

이를 반영할 경우 양양군의 생활인구는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국토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인구감소시대, 체류인구를 활용한 지역유형별 대응전략 연구’)를 통해 양양군이 전체 인구의 절반쯤에 해당하는 1만3200명 정도의 체류인구가 더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양양 외에도 제주 서귀포시, 강원 강릉시, 충북 단양군, 충남 공주시 등도 체류인구가 많은 지역이어서 생활인구를 적용하면 인구수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귀포는 6만9062명의 체류인구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전체 인구의 38.0%에 해당합니다.

주민등록 인구가 3만 명에 미치지 못하는 단양의 체류인구는 705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2006년 이곳에 설립된 농촌유학센터에 자녀를 보낸 부모 등이 일정 기간 지역에 머물며 체류인구 비중이 높아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따라서 이처럼 늘어난 인구수에 걸맞은 생활인프라나 행정서비스 확충 등에 필요한 지원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즉 지방교부세가 증액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외에도 각종 정부 정책 수립에서 인구 수 증가에 따른 정책 변화와 지원 확대도 예상됩니다. 그만큼 정주여건이 좋아질 수 있다는 뜻이어서 부동산 가치 상승에도 기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만 지자체의 무리한 생활인구 늘리기를 막기 위한 명확한 생활인구 선정 기준과 측정방식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주민등록인구나 외국인등록인구는 법령에 따른 신고의무가 있어서 정부가 비교적 정확한 수치로 집계하기가 쉽습니다. 반면 체류인구는 구체적인 정보수집 방식이나 이를 검증할 방식을 모두 새로 정해야 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떠한 부작용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습니다.

한창섭 행안부 차관은 생활인구 규정의 제정 및 시행을 알리는 보도자료에서 “국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생활인구는 지방소멸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정부의 바람대로 생활인구가 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집중이라는 대한민국이 오랫동안 고민해온 난제를 해결할 ‘황금열쇠’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황재성기자 jsonh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