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는 실패가 없다” 우리 인생도 그렇다[광화문에서/황규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8일 2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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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기자님은 해마다 승진하시나요?”

밀워키가 미국프로농구(NBA) 동부 콘퍼런스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탈락한 뒤 열린 기자회견 자리였다. 밀워키는 NBA 30개 팀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58승 24패)으로 정규리그를 마쳤다. 그러나 플레이오프에서는 8번 시드(최하위) 마이애미(44승 38패)에 1승 4패로 덜미가 잡혔다. 한 기자가 밀워키 간판선수 야니스 아데토쿤보(29)에게 “이번 시즌은 결국 실패한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아데토쿤보는 머리를 두 손 사이에 묻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이렇게 되물었다.

기자가 매년 승진하는 건 아니라는 뜻으로 고개를 내젓자 아데토쿤보는 “그러면 해마다 실패한 것이냐?”고 다시 물었다. 그러면서 “마이클 조던(60)은 NBA에서 15년을 뛰면서 6번 우승했다. 그러면 나머지 9년은 실패한 것이냐? 기자님은 지금 내게 그렇게 묻고 있는 것”이라고 톤을 높였다.

아데토쿤보는 계속해 “그래서 질문이 잘못됐다는 거다. 스포츠에는 실패라는 게 없다”면서 “경기를 하다 보면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다. 항상 이길 수는 없다. 어떤 날은 우리가 이기겠지만 다른 날은 우리(가 이길) 차례가 아니다. 스포츠란 원래 그런 것”이라며 “그저 내년에는 우리 팀이 더 좋은 플레이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고, 불운이 따르지 않기를 기도하면 된다”고 말했다.

밀워키는 1971년 우승 이후 2020년까지 NBA 정상에 서지 못했던 팀이다. 50년 만에 이 팀에 우승을 안긴 선수가 바로 그리스에서 나이지리아 불법 이민자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아데토쿤보였다. 아데토쿤보는 “우리 팀은 그 50년 동안 실패한 게 아니다. 50년 동안 성공을 향해 한 단계씩 올라온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기자회견을 보면서 ‘농구 황제’ 조던이 등장한 1997년 나이키 광고가 생각났다. 이 광고에서 조던은 “나는 NBA에서 9000개가 넘는 슛을 놓쳤다. 또 경기에서 패한 것도 300번이 넘는다. (슛을 넣으면 경기에서 승리할 수 있는) 버저비터 찬스에서도 26번 팀원들의 믿음을 저버렸다. 나는 실패하고, 실패하고, 또 실패했다. 그게 내가 성공한 이유”라고 말했다.

조던과 함께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고 스타 1, 2위를 다투는 베이브 루스(1895∼1948) 역시 “삼진을 당할 때마다 나는 다음 홈런에 더욱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남겼다. 루스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홈런 714개를 치는 동안 두 배에 가까운 삼진 1330개를 당했다. 루스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을 이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포기하면 편하다. 그리고 미식축구를 소재로 한 만화 ‘아이실드 21’에 나온 것처럼 “소시민은 항상 도전하는 자를 비웃는다”. 그래서 어쩌면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 더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인지 모른다. “어떤 날에는 이기고, 어떤 날에는 지고, 또 어떤 날에는 비가 내리는 것”(야구 영화 ‘19번째 남자’)이 결국 우리 인생 아닌가.

황규인 스포츠부 차장 kini@donga.com
#농구#밀워키#nba#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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