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지스자산운용, 마곡 등 알짜 개발사업때 前대표 가족 투자사에 일감 몰아주기 의혹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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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사로 참여해 수백억 수수료
투자금의 10배 넘어 ‘통행세’ 논란
前대표 “지분 모두 넘겨 수익 없다”

운용자산 규모 62조 원에 달하는 국내 1위 부동산투자운용사 이지스자산운용이 과거 대표의 가족이 투자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규모 개발 사업에 시행사로 함께 참여토록 해 거액의 수수료를 챙기게 해줬다며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 대규모 사업 시행총괄 맡아 수백억 수수료
이지스자산운용은 2020년 태영건설, 메리츠증권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총사업비 2조 원대의 서울 마곡지구 초대형 업무·상업 복합시설(마곡CP4PFV) 부지 낙찰에 성공했다. 이후 국민연금도 2021년 이지스자산운용의 부동산 펀드를 통해 해당 사업에 준공 조건부로 1조4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의 국내 상업용 부동산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일 만큼 대형 프로젝트로 꼽힌다.

해당 사업의 시행총괄(PM)은 이지스자산운용의 특수관계사인 아이알디브이(IRDV·구 이지스리뉴어블스)가 맡았다. 문제는 IRDV가 단순한 관계사가 아니라 당시 이지스자산운용 대표였던 조갑주 신사업추진단장의 가족이 투자한 회사였다는 점이다. 본보 취재 결과 조 전 대표(24.09%), 부인(60.67%), 동생(5.71%) 등 조 씨 일가가 90.47%를 쥐고 있는 부동산 컨설팅회사 지에프인베스트먼트(GFI)가 부동산 시행사 IRDV 지분 45%를 보유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지스자산운용 주요 주주현황
단위: %
구분
지분율
손화자(故 김대영 창업자 부인)
12.40
지에프인베스트먼트
9.90
가이아제1호
9.19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전 대표
1.99
이규성 이지스자산운용 현 대표
1.04
강영구 이지스자산운용 현 대표
0.03
신동훈 이지스자산운용 현 대표
0.01
2022년 말 기준
자료: 금융감독원

IRDV는 마곡 개발 사업에서 수수료로만 2021년 256억8500만 원, 2022년 25억800만 원을 받았다. IRDV가 마곡CP4PFV에 자본금으로 투자한 22억6000만 원의 10배 이상을 준공 전에 회수한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IRDV에 지급된 수수료는 사업 예상가치의 약 0.75% 수준으로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1%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부동산투자업계 관계자는 “업계 평균 수수료율은 0.3~0.5%”라며 해당 수수료 수준에 의문을 표했다.

IRDV는 또 이지스자산운용이 2019년 설립한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이지스MF용답’에도 참여해 연간 수십억 원의 수수료를 거뒀다. IRDV의 당기순이익은 2020년 8억4000만 원이었지만 2021년 241억 원, 2022년 56억 원으로 상승했다.

아이알디브이 당기순이익 추이
단위: 원
구분
당기순이익
2020년
8억4000만
2021년
240억5000만
2022년
55억9000만
자료: 금융감독원

● “IRDV 주식, 액면가로 처분”
현재는 대표에서는 물러나 신사업추진단장을 맡고 있는 조 전 대표는 개인 보유지분은 1.99%에 불과하지만 이지스자산운용에 큰 영향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컨설팅회사 GFI는 이지스자산운용 지분 9.90%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선 IRDV가 이지스자산운용의 후광을 등에 업고 시행사로서 손쉽게, 이른바 ‘통행세’를 받은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이지스자산운용은 “마곡 개발사업 시행권을 따낸 시점은 투자자 모집 및 인허가 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불확실한 상태로 손쉽게 돈 벌 수 있는 사업으로 보기 어렵다”며 “청년주택 사업도 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우량사업과는 거리가 멀다”고 해명했다.

다만 IRDV가 조 전 대표의 특수관계회사로 이해관계 상충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조 전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오해를 받고 싶지 않아 GFI가 보유한 IRDV 지분 전부를 올해 1분기(1~3월)에 액면가 그대로 이준성 IRDV 대표에게 넘겼다”며 “단 1원도 이익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조 전 대표가 넘겼다는 IRDV 지분 45%를 액면가로 계산하면 1억3500만 원이다.

한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을 집중 점검 중인 금감원은 올해 1월 31일부터 2월 21일까지 이지스자산운용에 대한 현장 검사를 벌였다.

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


#이지스자산운용#가족 투자사#일감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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