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말 ‘세로’가 삐졌다? 잘못된 의인화…동물 탓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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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3월 28일 13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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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이 인근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출처 트위터
23일 서울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이 인근 도로를 활보하고 있다. 출처 트위터
최근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해 시내를 활보했던 얼룩말 ‘세로’를 향해 ‘삐졌다’ 등의 표현을 쓰는 것은 “잘못된 의인화의 전형적인 예”라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곰 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 최태규 수의사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전화 인터뷰에서 “동물한테 ‘반항했다’, ‘싸웠다’, 심지어는 ‘데리고 와서 삐졌다’고 하는데, 동물이 무서워서 일상적인 행동을 못 하는 상황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면 주체인 동물을 탓하게 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는 관점”이라며 “동물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인데 그것을 보고 귀여워하는 것은 사실 동물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수의사는 세로의 탈출 소동이 “얼룩말과 사람의 안전이 큰 위험에 처했던 사건”이라며 “동물원에서는 동물의 신체 능력을 감안해 어떤 행동을 하든지 탈출을 막아야 하는데 50년이나 된 동물원에서 얼룩말이 부술 정도의 울타리를 방치했다는 게 비상식적으로 느껴진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야생동물인 얼룩말이 사람의 의도대로 행동하지 않는 것은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동물원처럼 사람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야생동물들은 인위적으로 훈련을 통해 사람하고 소통하는 방식을 학습해야 한다. 그런데 반항한다는 건 훈련이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대공원 측이 세로의 안정을 위해 암컷 얼룩말을 데려오겠다고 밝힌 데 대해서도 “탈출의 대안은 될 수 없다”며 “얼룩말은 무리생활을 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사회적 관계를 맺을 대상이 필요하지만, 세로 같은 초원 얼룩말 종의 사회적 구성은 암수 한 쌍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생에서의 얼룩말 무리는 암수가 같이 있기도 하지만 무리 안에 수컷만 이루는 경우도 있다”며 “(세로가) 무리의 구성원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인간이 의도적으로 데려온 암컷이 기존의 수컷을 만족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실패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최 수의사는 “대중의 눈요기를 위해 야생동물을 (동물원에) 가둬 놓는다는 것이 교육적이지 않다는 주장에 점점 많은 분이 동의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어떤 동물원을 어떻게 없앨지도 우리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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