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채 내려놓고 맛집 투어… 훈련이 맛있어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잡념 비우고 의욕 채우고” 박현경의 새 시즌 새 도전

박현경은 지난 시즌 출전한 27개 대회에서 100% 컷 통과를 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진 못했다. 박현경은 “혼자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난 시즌에는 내가 원하는 골프가 나오지 않아 상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즌을 준비해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박현경은 지난 시즌 출전한 27개 대회에서 100% 컷 통과를 했지만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진 못했다. 박현경은 “혼자 자기계발서를 읽으며 마음을 다잡는다. 지난 시즌에는 내가 원하는 골프가 나오지 않아 상담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며 “누구보다 치열하게 시즌을 준비해 자신 있다”고 말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박현경(23)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비움’이란 단어를 여러 번 말했다. 지난 시즌 출전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7개 대회에서 100% 컷 통과를 했지만, 우승은 없었다. 준우승만 2차례 했다. 박현경은 우승이 없었던 이유로 지난 시즌이 시작되기 전 비워 내기를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현경은 “2021시즌이 끝난 뒤 겨울훈련 전까지 6주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제대로 훈련을 한 것도, 제대로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며 “온전하게 쉬지 못해 심리적으로 많이 불안했고 결국 지난 시즌 내내 그 불안감이 이어졌다”고 했다.

박현경은 이번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비워 내기부터 했다. 이번 시즌 두 번째 대회였던 지난해 12월 KLPGA투어 PLK 퍼시픽링스코리아 챔피언십을 마치고 5주간 골프채를 손에서 놓았다. 박현경은 “2019년 투어에 데뷔한 이후 비시즌에는 늘 일정을 꽉 채워서 훈련했다. 이번에 푹 쉬다 보니 ‘내가 정말 이렇게 살아도 되나’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여행을 다니고 맛집 투어도 하면서 쉬다 보니 내 안의 배터리가 충전되는 느낌이 들었다. 겨울훈련 직전에는 ‘충분히 많이 쉬었으니 제대로 훈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비워낸 것을 채우기 위해 한 달간 베트남에서 겨울훈련을 진행했다. 후회 없는 훈련을 하자고 자신과도 약속했다. 모든 훈련을 마친 뒤 자기 전까지 빈 스윙 훈련도 빠짐없이 한 박현경은 “지난해 경기력이 무너질 땐 꼭 스윙 리듬이 문제였다”며 “연습이 답이고 반복이 천재를 만든다는 말을 믿고 훈련에 집중했다”고 했다. 투어를 반복하면서 느껴지는 체력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겨울훈련 때 체력 전담 트레이너도 함께했다.

다음 달 6일부터 열리는 올해 첫 대회인 롯데렌터카 여자 오픈을 앞두고 박현경은 큰 변화도 시도했다. 투어 데뷔 후 줄곧 프로 골퍼 출신인 아버지 박세수 씨가 박현경의 캐디를 맡았다. 하지만 본인의 플레이를 스스로 개척하기 위해 이번에 아버지 대신 새 캐디를 고용했다. 박현경은 “아버지한테 도움받는 부분이 많지만 언제까지 아버지가 골라주는 클럽과 정해주는 선택을 따를 수만은 없다”며 “지금은 편하지만 이대로 계속 간다면 더 성장할 수 없을 것 같아 먼저 제안을 했고 아버지도 흔쾌히 받아 주셨다”고 했다.

박현경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다. 박현경은 통산 3승을 거뒀다. 그중 2승을 데뷔 다음 시즌인 2020시즌에 달성했다. 박현경은 “루키 시절인 2019년에 동기들이 모두 우승을 경험할 때 나만 우승하지 못했다. 2020시즌을 앞두고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다. 결국 두 번 우승을 했는데 그때보다 지금 더 발전했다고 느껴져 이번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klpga#박현경#비움#맛집 투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