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C, 푸틴에 체포영장 발부… “우크라 아동 러에 강제이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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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수백 명 납치해 전리품 취급”
국가원수급 체포영장 역대 3번째
러, ICC 탈퇴로 실효성은 없을 듯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사진)에 대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 이주시킨 혐의로 17일(현지 시간)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ICC가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식적으로 러시아 최고위급 인사를 피의자로 특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원수급에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은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 리비아의 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에 이어 세 번째라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ICC 전심재판부(Pre-Trial Chamber II)는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 지난달 22일 검찰 청구를 기반으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에서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주시킨 전쟁범죄 행위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볼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범죄가 최소 침공 당일인 지난해 2월 24일부터 시작됐다고 판단했다. 마리야 르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인권 담당 위원에 대해서도 같은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ICC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아동 납치와 강제 이주를 주도면밀하게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카림 칸 ICC 검사장은 “우리가 확인한 사건에는 최소 수백 명의 우크라이나 아동이 보육원과 아동보호시설에서 납치돼 (러시아로) 강제로 이주된 사실이 포함된다”며 “아동들에게 러시아 시민권이 신속히 부여돼 러시아 가정에 수월하게 입양되도록 법 개정도 이뤄졌다. 아이들이 전쟁의 전리품처럼 취급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칸 검사장은 최근 CNN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나치 전범처럼 결국 법정에 끌려 나올 수 있다고 봤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ICC 체포영장이 발부되면 당사국은 체포 및 인도청구를 이행해야 하는데 러시아는 2016년 ICC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드미프리 페스코프 러 크렘린궁 대변인은 “터무니없고 효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다음 날인 18일 러시아 크림반도 병합 9주년을 맞아 크림반도를 예고 없이 방문해 보란 듯이 어린이센터와 미술학교를 찾았다. 푸틴 대통령은 크림반도 서남부 항구도시 세바스토폴까지 직접 차를 운전했다고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이 전했다. 어린이센터와 미술학교 방문은 그에게 아동 납치 혐의를 제기한 ICC 결정을 비웃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19일 지난해 5월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동부 돈바스 지역 도네츠크의 마리우폴도 방문했다. 그가 교전 중인 돈바스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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