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생→1위팀 세터, 인생을 토스한 김다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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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1위 확정 경기 이끌어
“챔프전 어떤 역할 맡아도 최선”

흥국생명이 네 시즌 만에 프로배구 여자부 정규리그 1위를 확정한 15일 경기가 끝난 뒤 코트 위에서 유독 눈시울을 붉힌 선수가 있다. 흥국생명 세터 김다솔(26·사진)이다.

1위 기념 티셔츠를 입은 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TV 중계 카메라에 잡힌 김다솔은 “많이 울지도 않았는데 하필 그때 중계 화면에 잡혔다”며 웃고는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가면 안 된다’는 생각에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흥국생명이 이날 1위를 확정하지 못하면 정규리그 마지막 날인 19일 현대건설(2위)과 부담스러운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었다.

김다솔이 정규리그 1위 팀 세터로 거듭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김다솔은 2014∼2015시즌 신인 드래프트 때 수련선수(연습생) 자격으로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었다. 이후 줄곧 백업으로 뛰던 그는 2020∼2021시즌 붙박이 세터 이다영이 학교폭력 사태로 이탈하면서 주전 세터가 됐지만 챔피언결정전에서 GS칼텍스를 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박혜진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주전 세터가 된 이번 시즌에도 이원정이 시즌 중반 GS칼텍스에서 트레이드돼 오면서 다시 입지가 흔들렸다. 5라운드 이후 이원정에게 밀리던 김다솔은 이원정의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다시 주전 기회를 잡았다.

김다솔은 “경쟁자라는 마음보다는 서로 고비가 왔을 때 부담을 나눠 질 수 있어서 고맙고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끼리 경기 날마다 주전으로 나가는 선수를 선장, 교체 선수를 부선장이라고 부르는데 챔프전에서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흥국생명은 29일부터 열리는 챔프전에서 통산 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배구 여제’ 김연경과 함께하는 이번 시즌이 통합 우승의 적기라는 걸 팀원들도 잘 알고 있다. 김다솔은 “연경 언니 효과로 시즌 내내 방문경기에 가도 큰 응원 소리를 들으며 경기했다. 챔프전에서도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좋은 경기를 펼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통합 우승 뒤) 팀원들과 우승 기념 해외여행도 꼭 가고 싶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프로배구 여자부#흥국생명#김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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