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설비 분야 독보적 경쟁력… “시공부터 사후관리까지 책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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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소기업이 미래다]
30년간 내실 다진 종합건설기업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준공
기술력 인정받아 수도권 진출도

2022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 대상 수상.
2022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 대상 수상.
건축설비란 실내 환경과 건축물의 기능을 향상하고 인체의 위생·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건축물에 설비하는 모든 공작물을 의미한다. 냉난방, 공조, 급·배수 위생 설비와 가스, 전기, 주방 설비, 소방 시설뿐만 아니라 시설물의 유지관리도 설비 작업에 포함된다.

2020년 4월 기계 설비법이 개정 시행된 이후에 약 3만6500명의 기계 설비유지관리자가 배출됐고 260여 개의 성능 점검업체가 등록되는 등 신규시장이 창출됐다. 특히 온실가스 저감, 탄소중립 등의 사회적 화두로 기계설비 분야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그린뉴딜의 일환인 노후 건축물 리뉴얼, 성능개선사업과 설비 건설 분야, 지열·수열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설비 등의 활성화도 기대되는 시점이다. 건축설비를 주력으로 입지를 키워온 남경설비㈜의 성장 가능성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부산 기반으로 성장해 종합건설기업으로 위상
남경설비가 참여한 부산 오시리아 메디타운 조감도.
남경설비가 참여한 부산 오시리아 메디타운 조감도.
남경설비는 1992년부터 30년 동안 내실을 다져온 건축설비 강소기업이다. 이원득 남경설비 대표는 1992년 설립 초기 자본금 2000만 원에 직원 4명을 두고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엔 작은 기계설비사무소였지만 30년간 꾸준히 성장을 이뤄냈다. 시공업으로 전환해 소방설비·신재생에너지까지 사업을 확장해 현재 부산을 대표하는 기계설비 전문 종합건설기업으로 위상을 굳혔다.

본사 직원은 50명, 현장에는 350여 명의 상시근로자를 투입하고 있으며, 매출액은 640억 원 규모다. 기계설비공사업체로는 8726업체 중 88위, 전문 소방공사업체로는 6330개 업체 중 48위를 차지한 강소기업이다. 주요 협력업체로는 ㈜대우건설, ㈜롯데건설, 디엘이앤씨㈜, ㈜KCC건설, ㈜한화건설, ㈜태영건설, ㈜효성건설 등이 있다. ISO9001 인증을 획득했고, 2020년엔 고용노동부 강소기업 인증을 획득했다. 지난해는 2022년 대한민국 중소벤처기업 대상 경영형식 부문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상을 받은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남경설비는 첫 대규모 현장인 부산 해운대구 반송에 있는 남흥아파트를 시작으로 다년간 현장 경험을 쌓아왔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프로젝트를 맡으며 단번에 도약했다. 부산시가 발주하고 대형 건설사가 원청으로 참여한 이 현장을 완벽하게 준공함으로써 지방업체는 시공 능력이 약하다는 편견을 깼다. 이를 초석 삼아 잠실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도권 진출도 도모했다. 그 결과 현재 1군 건설사와 함께 일하는 현장 비율이 80∼90%에 이른다. 수도권뿐만 아니라 울산 북구 학성 뉴스테이, 천안 두정 한화 포레나, 화성 동탄 롯데캐슬, 안산 푸르지오 프리파크 등 전국으로 사업 범위를 확대하는 중이다.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 조감도.
부산 오션시티 푸르지오 조감도.
이 대표는 남경설비의 꾸준한 성장 비결을 묻는 말에 “내실을 다지는 기업 정신이 컸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능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주어진 물량을 적기에 시공하겠다는 경영방침을 30년 동안 이어왔다고도 덧붙였다. 이런 경영방침은 1998년 외환위기와 미국발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기는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 위기 당시 10억 원의 거래처 부도로 위기에 처했다. 매출의 3분의 1 수준까지 떨어져 사업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었지만 전 직원이 합심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기업의 경영이 안정화되면서 기술 개발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남경설비는 모듈러공법, BIM 기술을 현장에 적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또 자체 하자보수 정보를 빅데이터화해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기계설비건설업계를 선도하겠다는 각오다.

특히 이 대표는 지속 경영과 책임경영을 이어간다는 의미에서 가업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 이 대표의 아들 이재우 이사가 2세 경영 수업을 받고 있다. 그는 “건설업무 특성상 현장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심도 있는 이해와 전방위적 통찰력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덧붙여 말했다.

토털 커미셔닝 분야서 두각
부산벡스코 신관 신축공사 조감도.
부산벡스코 신관 신축공사 조감도.
특히 기계설비의 미래로 토털 커미셔닝(Total Commissioning)을 제시하고 있다. 커미셔닝은 효율적인 건축 기계설비 시스템의 성능 확보를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서 설계 단계부터 공사 완료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걸쳐 건물주의 요구에 부합되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시스템의 계획, 설계, 시공, 성능시험 등을 확인하고 최종 유지 관리자에게 제공하여 입주 후 운전 성능 유지 여부를 검증하고 문서로 만드는 과정이다. 건물은 다 짓고 나서 성능 발휘가 핵심이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프로세스다.

토털 커미셔닝은 업체가 시공과 함께 사후관리와 점검시스템까지 책임지며 발주처에서는 비용을 절감하고, 시공처는 책임 시공과 유지보수를 통해 서로 믿을 수 있고 사용자의 편리와 안전을 위하는 윈윈 시스템이다. 더불어 일자리 창출의 효과도 있다. 토털 커미셔닝은 자연적으로 기술의 다양화로 인해 세분되고, 이에 따른 관리 인력의 필요성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는 구조다. 남경설비는 토털 커미셔닝을 기업의 미래로 삼고 투자해 나가고 있다.

부산 데시앙 해링턴 플레이스 파크시티 조감도. 남경설비 제공
부산 데시앙 해링턴 플레이스 파크시티 조감도. 남경설비 제공
한편 이 대표는 앞으로 확장 가능성이 있는 사업 분야로 신재생 에너지 분야와 주택리모델링 사업, 건물 유지관리 사업을 꼽았다. 그는 “신재생에너지는 화석연료의 고갈, 고유가 시대, 기후 변화협약 등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꼭 필요한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건축산업 환경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업체는 신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에 힘쓰고 정부는 보급정책을 정립하는 등 발 빠른 대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건물 리모델링 산업 역시 기계설비 업체들이 뻗어나갈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 있다. 건물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혈관’이라고 할 수 있는 수도, 가스 배관 등을 교체해야 한다. 기존 주택사업과 상업 건물 건축은 물론 유지 관리를 시스템화해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한 시점으로 기계설비 업체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기계설비 산업은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분야”라며 “ 미세먼지와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환기설비 고도화 등 기계설비의 중요성이 점차 확대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기계 설비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만큼 업계가 상생을 위해 함께 발전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도 경영으로 내실 성장 이뤄내”


이원득 대표 인터뷰





이원득 남경설비 대표는 부산 벡스코 행사장을 방문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부산 벡스코 제2전시장 프로젝트는 오늘날의 남경설비를 만들어준 주춧돌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이 대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 대표는 “지방업체지만 충분히 대규모 공사를 시공할 능력을 보유했음을 보여준 현장이라는 의미도 있다”라고 말했다.

남경설비는 내실 있는 성장을 거둔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내실 성장의 배경을 묻는 말에 이 대표는 “‘정도 경영’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능력에 맞춰 무리하지 않고 주어진 물량을 적기에 시공하는 것이다. 그는 “건설업도 서비스업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고객 중심의 사고, 신뢰, 신용이 기업의 핵심 가치가 되어야 한다. 발주처가 원하는 품질과 공사 기간을 맞춰주면 신뢰가 형성된다. 신뢰가 곧 영업이고, 이를 통해 수주 물량이 늘어나 지속해서 성장하는 회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 간 신뢰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큰 무형을 가치를 지니고 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의 이러한 경영 태도는 불황의 파고를 넘는 힘이 되었다. 외환 위기 당시 여러 차례 부실 채권이 발생했지만 사내 유보금을 확보하는 등 평소 꾸준한 성장과 내실 경영을 바탕으로 버틸 수 있었다. 이러한 위기는 남경설비의 체질을 바꿨다. 위기를 극복한 내실 있는 회사라는 점이 입증되면서 회사의 가치가 올라가고 대형사와의 협력도 강화됐다. 이렇게 진출하게 된 잠실시영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남경설비를 중견기업으로 성장시키는 토대가 됐다.

그는 안정적인 경영은 조직관리에도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이 대표는 “남경설비는 창립 구성원을 포함해 직원 대다수가 장기근속 직원이다. 회사의 저력은 실무경험에서 나온다. 이런 인력이 오랫동안 회사 기술력의 핵심이 되고 있다는 것은 남경설비만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대표는 창업부터 외환위기와 미국발 경제 위기 등 여러 어려움을 겪어봤던 만큼 업계의 고충을 가장 잘 아는 기업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신아 기자 s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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