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발전에 기업·대학 참여도 필요[기고/장순흥]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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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
극심한 수도권 집중화로 지방소멸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역대 정부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막대한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아직 반전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인구 관련 수치만 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국가 평균(1.59명)의 절반에 불과하다. OECD 국가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밑으로 떨어진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저출산 와중에 수도권 과밀은 더 심해지고 있다. 전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50.4%가 편중돼 있다. 지역내총생산(GRDP)의 비중 역시 수도권이 52%로 비수도권보다 더 높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228개 시군구 중 113개(49.6%)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지방소멸 위기 상황을 반전시키려면 결국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일자리’ 문제가 핵심이란 얘기다.

필자는 지방소멸 문제를 풀 열쇠를 기업과 대학이 쥐고 있다고 본다. 기업의 1차적 목표는 이윤 추구지만 당장 눈앞의 이익에만 매달려선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지역 혁신의 주체인 대학 역시 마찬가지다. 인구소멸로 지역이 위기에 빠지면 결국 지역 기업과 대학도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이제 기업과 대학은 거시적 안목을 갖고 지역균형발전이란 시대적 소명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은 신규 일자리 창출, 지역민과의 소통 등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대학도 기업에 필요한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고, 산학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포스코그룹 지주사의 소재지를 서울에서 포항으로 이전하는 것도 기업의 사회적 책무라는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조만간 열리는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포항 이전이 최종 확정된다. 포스코그룹 지주사가 포항공대(포스텍)가 있는 포항으로 옮기면 산학 협력의 모범사례가 계속 창출될 것이다.

정부는 기업과 대학의 지역균형발전 노력을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지방의 교육·의료 여건 개선, 공기업·공공기관의 2차 지방 이전, 기업의 비수도권 이전 시 파격적 인센티브 제공 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다행히 윤석열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라는 슬로건을 국정목표 중 하나로 선언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안)’에는 지방의 자생력 확보를 위한 기회발전 특구, 교육자유 특구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방분권의 구심점인 지방시대위원회를 설치한 것도 지방에 기대감을 안기는 대목이다.

지역균형발전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국가적·시대적 과제다.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정부의 지방시대 추진 노력에 발맞춰 기업, 대학 등이 힘을 모으면 희망이 보일 것이다. 이것이 모두가 함께 사는 상생(相生)의 길이다.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
#균형발전#지방소멸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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