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연금특위 “내는 돈, 받는 돈 조정은 나중에”… 민간자문위 3개월 논의 뒤집고 정부에 떠넘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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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논의 다시 원점으로
“내년 총선 앞두고 개혁 포기” 비판

당초 4월로 예정됐던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의 연금개혁안 발표가 무산됐다. 8일 연금특위가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가 석 달 동안 논의했던 ‘내는 돈’과 ‘받는 돈’을 조정하는 개혁 방향을 뒤집으면서 사실상 연금개혁의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연금특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민간자문위의 김연명, 김용하 공동위원장을 만났다. 회동 이후 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구조개혁이 선행돼야 한다”며 “구조개혁을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고 밝혔다. 구조개혁이란 국민연금을 기초·퇴직·직역 연금 등 다른 공적연금과 연계해 개혁하는 것이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의 내는 돈(보험료율)과 받는 돈(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방식을 뜻한다.

그동안 자문위는 당장 2055년이면 고갈될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수개혁을 중점적으로 논의해왔다. 구조개혁은 공적연금 체계를 새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인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한 자문위원은 “자문위원 대다수는 (지금까지 개혁안 논의를 하면서) 공무원연금 등 직역연금을 포함해 논의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자문위는 지난달 말 회의를 거쳐 월 9%인 보험료율을 인상해 ‘더 내야’ 한다는 큰 방향성에는 합의를 봤다. 하지만 현재 40%인 소득대체율, 즉 받는 연금을 함께 올릴 것인지에 대한 견해차가 커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여론까지 민감하게 반응하자 국회가 해결책을 내놓기보다 논의의 방향을 아예 바꿔 개혁을 미루는 선택을 한 것이다.

강 의원은 이날 “모수개혁은 5년마다 정부가 재정추계를 통해 하기로 한 건데 일정 부분 정부 몫이 더 있지 않느냐는 데 공감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보험료 인상 등을 담은 연금개혁안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가 개혁을 서로 핑퐁하면서 역대 정부의 연금개혁 실패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국회 연금개혁안을 바탕으로 10월 연금개혁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었다.

당초 4월까지였던 연금특위 활동 기한도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강 의원은 “필요하다면 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면 자동으로 타임테이블(시간표)이 바뀌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가 정치적 폭발력이 큰 이슈인 연금개혁을 포기한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개혁안 발표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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