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6만8000채 9년만에 최다… 지방, 수도권보다 14배 더 늘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2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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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75%-충남 69% 등 큰폭 증가
“3년 살아보고 분양 결정” 고육책도
수도권 매수세 꿈틀… 지방 침체 가속
부동산 규제완화 후 양극화 심해져

#1.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대구 수성구 만촌자이르네. 입주를 희망하면 일단 전세처럼 살아보고 3년 뒤 분양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분양을 결정하기만 하면 분양가를 20% 안팎으로 깎아주고 잔금(2억5000만 원) 납부도 2년 유예해주기로 했다. 이는 계약률이 16%에 그쳐 전체 600채 중 약 500채가 여전히 미분양인 데에 따른 것. 집값 하락으로 “계약 조건을 바꿔 달라”는 입주자 민원이 빗발치자 분양업체는 추가 미분양을 막기 위해 이 같은 고육책을 내놓았다.

#2. 서울 성북구 장위동 장위자이레디언트는 지난해 12월 무순위 청약 물량 1330채 가운데 537채가 미계약됐다. 하지만 최근 선착순 분양을 이어가며 계약률이 80%를 넘어섰다. 무순위 청약 때 있던 ‘거주지 제한’이 이번에 풀리면서 분위기가 달라진 것. GS건설 관계자는 “31일 계약률이 90%에 육박한다”며 “서울은 물론이고 전국에서 수요자가 몰렸다”고 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이 6만8000채를 넘어서며 9년 4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정부가 위험 수위라고 제시한 6만2000채를 넘어선 수준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수도권 주요 지역은 매수세가 살아나는 반면 지방은 오히려 침체되는 ‘역(逆)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지방 부동산, 침체 가속화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8107채로 집계돼 전월(5만8027채) 대비 17.4% 증가했다. 이는 2013년 8월(6만8119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7518채로 전월(7110채) 대비 5.7% 늘어났다.

지난해 규제지역 해제에도 지방 시장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지방의 미분양 주택은 5만7072채로 전월(4만7654채) 대비 19.8%(9418채) 증가했다. 이는 지난달 수도권 미분양 증가분(662채)보다 14배가량 많다.

지방 중에서도 충남이 5046채에서 8509채(68.6%)로 늘었고, 대전은 1853채에서 3239채(74.8%)로 급증했다. 대구 미분양 주택도 1만1700채에서 1만3445채(14.9%)로 증가했다. 이런 추세는 1월에도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달 지방에서 청약을 진행한 7개 단지 중 4개 단지가 미분양됐다. 지난달 25, 26일 분양한 충남 서산 해미 이아에듀타운은 80채 모집에 단 3명만 청약을 넣었다.

분양가보다 낮은 ‘마이너스 프리미엄(마피)’ 분양권 매물도 나온다. 2025년 6월 입주 예정인 충남 천안시 서북구 유보라천안두정역 전용면적 84㎡는 분양가보다 1000만 원 낮은 4억1010만 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는 “10년 넘게 천안에서 부동산 중개를 해왔는데 마피는 처음”이라며 “마피로 내놔도 거래가 안 된다”고 했다.
● 수도권 주요 지역은 매수세 꿈틀
반면 수도권 주요 지역은 매수세가 살아나고 분양 단지 계약률이 올라가는 등 시장이 다소 살아나는 분위기다. 규제 완화 이후 투자처를 찾는 수요가 입지가 좋은 곳으로 쏠리는 ‘역풍선효과’가 나타나는 것.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거래는 1001건으로 전월(761건) 대비 31.5% 늘었다. 서울 강남권이나 재건축 단지 등 입지 좋은 지역은 급매 위주로 거래가 일어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 월계시영아파트(미륭·미성·삼호3차)는 올해 들어(31일 신고 기준) 8건 팔리며 전월(3건)보다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가격 문의 전화가 많이 늘었다”며 “특례보금자리론이 나와 매수세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권 일부 단지에서는 최고가 거래가 나오기도 한다. 서울 송파구 트리지움 전용 149㎡는 지난달 20일 최고가인 34억 원에 손바뀜됐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영동한양) 전용 121㎡도 같은 달 13일 최고가인 39억 원에 거래됐다.

전문가들은 수도권과 지방의 부동산 시장 양극화가 더 심해질 것으로 본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서울 강남권이나 경기 핵심 입지는 규제 완화 이후 찾는 수요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지방 미분양은 앞으로도 더 늘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송진호 기자 jino@donga.com
#미분양 주택#수도권 매수세#부동산 규제완화#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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