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서울대 꿈꾼다지만… 하버드는 행복과 관련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월 2일 03시 00분


[2023 새해특집/글로벌 석학 인터뷰]〈1〉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
“행복은 부-명예-학벌 아닌 ‘관계’에 있습니다”
하버드생과 빈민청년, 그 자손까지
85년간 2000여명의 삶 추적 결과
“인간관계에 만족하면 신체도 건강”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요인을 수십 년째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월딩어 교수는 85년째 이어진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의 네 번째 책임자다. 테드(TED) 강연 화면 캡처
행복하고 건강한 삶의 요인을 수십 년째 연구하고 있는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단 한 가지는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인간관계’”라고 강조했다. 월딩어 교수는 85년째 이어진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의 네 번째 책임자다. 테드(TED) 강연 화면 캡처
미국 하버드대 재학생과 보스턴 빈민가 청년들 중 누가 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될까? 1938년 이 질문을 던졌던 하버드대 연구팀은 이후 현재까지 85년 동안 이들의 삶을 추적한 끝에 답을 얻었다.

“우리의 방대한 과학적 연구의 메시지는 의외로 간단했다. 인생에 있어 오직 중요한 한 가지는 ‘사람들과의 따뜻하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라는 점이다.”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72·사진)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행복을 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부도, 명예도, 학벌도 아니었다.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은 사람들과의 ‘질적인’ 관계에 달려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하버드대 의대 부속병원인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정신과 의사이기도 한 월딩어 교수는 미국 역사상 인간의 삶에 대한 최장기 연구 프로젝트인 ‘하버드대 성인발달 연구’의 4번째 책임자다. 2002년부터 21년째 연구를 이끌고 있다.

월딩어 교수는 “놀라운 것은 ‘의지할 만한 관계’가 행복뿐 아니라 신체적 건강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라며 “50대일 때 인간관계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았던 사람들이 80대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50대 때의 콜레스테롤 수치도 70, 80대 때 건강에 크게 영향을 미치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적극성 등 성격적 기질도 30대 땐 성공에 영향을 미쳤지만 노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월딩어 교수는 “외로움과 고립은 술과 담배만큼 건강에 해롭다. 원치 않는 고립에 빠진 이들은 중년에 신체 건강이 급격히 저하되고 뇌 기능도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교육열이 강하고, 성취욕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며 “교육 수준은 행복을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었다. 자녀에게 의사가 되라는 식으로 무엇이 되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85년 동안 축적된 연구 데이터가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해서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말해주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아동기 가족과의 관계는 80대까지 생애 전반의 행복에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인간 관계가 신체건강에 영향… 외로움은 술-담배만큼 해로워
살 곳, 먹을 것, 의료 서비스 있다면 그 이상 돈 많다고 행복해지진 않아
가족-친구에 시간 쓰는게 최고 투자


2023년 새해는 불확실성의 안개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러시아의 침공 이후 1년 가까이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끝이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인플레이션, 경기 침체 우려까지…. 불안감과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우울증 진단을 받는 2030 청년들의 수가 최근 4년 동안 50% 급증했다. 특히 출산율은 세계 꼴찌인데,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누구보다 열심히 산다고 자부해 온 한국인은 왜 행복에서 멀어지고, 미래를 비관하게 된 것일까. 85년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인생 연구’의 책임자인 로버트 월딩어 하버드대 의대 교수로부터 과학적 연구 결과로 나타난 ‘행복한 인생’이란 무엇인지 들어봤다.

기자는 ‘하버드대 졸업생이 저소득 가정 출신보다 더 행복한 삶을 살았을 것 같다’고 여러 차례 물었지만 월딩어 교수의 답은 한결 같았다. “한국은 교육열이 높고, (대학에 대한) 확고한 서열이 있으며, 모두가 서울대에 가고 싶어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학벌은 행복과 관련이 없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연구 결과 하버드대를 나왔다고 해서 이들이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명확하다”며 “돈과 명예도 인생의 종착점인 노년의 행복을 보장해주지 못했다”고 말했다. “행복의 열쇠는 사람들과의 따뜻한 관계임이 과학적으로 여러 차례 증명됐다”고도 강조했다.

월딩어 교수는 한국인들에게 건네고 싶은 조언을 묻자 “새해에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들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라. 그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투자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월딩어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간관계가 신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50대에 인간관계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80대에 가장 건강한 사람들이었다. 외로움과 고립은 술이나 담배만큼이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80대 부부의 삶을 연구해 보니 결혼생활의 만족도가 높은 사람은 자신의 신체적 고통이 덜하고, 더 건강하다고 생각했다. 반대의 경우는 자신이 더 아프다고 느꼈다.”

―연구 대상자인 하버드대 출신들은 대부분 부유한 가정환경이나 똑똑한 머리를 타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