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균형발전은 인간 존엄의 문제… 국토 소멸 차원서 접근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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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과 동반 성장’ 좌담회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김두관 민주당 의원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송재호 민주당 의원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방 도시의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민주당 송재호
 의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좌담회에서 참석자들이 지방 도시의 발전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 민주당 송재호 의원.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국가균형발전은 역대 정권들이 주요 국정과제로 삼고 추진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전국 228개 시군구의 30% 이상이 소멸 우려 혹은 위험 지역으로 꼽히는 등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는 오히려 더 벌어지고 있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도 올해 6월 국무회의에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시동을 걸고 있다.

정권을 뛰어넘어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본보는 7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에서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과 김두관, 송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정운천 국민의힘 의원 등 현 정부와 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전문가들과 ‘국가균형발전 구체화와 동반 성장’을 주제로 좌담회를 가졌다. 사회는 이종승 동아일보 부국장이 맡았다.

참석자들은 지역 불균형이 심각하고 해결책 마련이 시급한 만큼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인적·물적 자원 배분에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우 위원장은 “지역 대학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이 지방으로 내려가는 등 지방 진흥 정책을 통해 불균형을 풀어야 한다”고 했다. 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균형발전특위 부위원장을 지낸 정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국가 생존을 위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국가균형발전 특별위원장인 송 의원은 “지방 소멸을 국토 소멸 차원의 문제로 놓고 절박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전 대선 후보 중앙선대위에서 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김 의원은 내년 1월 출범하기로 했던 부울경 메가시티가 경제동맹, 행정통합으로 폐기되는 것을 두고 “중앙이든 지방이든 좋은 정책은 승계하고 마무리해야지 파기하면 기회비용이 많이 든다”고 했다.
○ ‘지방시대 위원회’, 우려와 기대 동시에
이날 좌담회에서는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인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에 대한 의견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국토균형발전과 자치분권을 위한 새로운 컨트롤타워인 ‘지방시대위원회’를 세종시에 설치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지방시대위원회는 기존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자치분권위원회의 조직을 하나로 합쳐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이끌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우 위원장은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면 위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우 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은 결국 인간 존엄성, 차별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정부에서 강력한 정책이 실행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두 위원회가 노무현, 문재인 정권에서 설립된 만큼 통합된다 해도 위원회의 운영 방식과 권한에 대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의원은 “역할이 다른 위원회를 일방적으로 통합하는 데 큰 우려가 있다”며 “만약 통합된다면 지방시대위원회가 자문기관에 그치지 않고, 위원장에게 집행력 있는 부총리급 권한을 줘서 다른 부처를 컨트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결국 정부 부처의 혁신과 구조조정이 문제가 되는데 이 정부에서는 아직은 주춤한 것 같다”고 했다.
○ 기회발전·교육자유특구 지정도 관심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 특별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역에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지정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다. 정부는 두 가지 특구 지정을 통해 일자리와 교육 문제를 해결해 지방으로 인구 분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기회발전특구에 투자하는 기업은 양도소득세, 법인세, 소득세, 상속세 등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지방 이전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우 위원장은 “지방세뿐 아니라 국세 감면 등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지방정부가 규제 특례를 요청할 경우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승인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줄 예정”이라고 했다.

교육자유특구를 통해서는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특화대학 운영과 교육 시스템 구축이 가능해져 지역 대학을 기업, 공공기관 등과 연계해 운영할 길이 열린다. 최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대학 관련 예산을 지자체에 넘겨 지방 대학을 지역 산업 발전의 허브로 삼겠다고 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의원은 “교육부 권한을 과감히 지자체에 넘기겠다는 의견에 상당히 공감한다”며 “지역 대학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자체에 주도권을 줄 필요가 있다. 거점 국립대에 대한 광역자치단체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지역 산업이 자생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에 과학기술원 설립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 의원은 “공공기관과 대학을 매칭해 특화 교육을 하고, 지자체가 이를 지원하고, 중앙정부는 관련 규제를 완화하면 지방이 살아날 토양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우주항공이 강한 지역에 관련 국가연구소를 보내고, 농업 관련 연구소는 전북에 보내는 등 독일처럼 국가연구소와 지역 대학이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지역의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지역 대학 충원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정 의원은 “비수도권 대학의 충원 미달률은 수도권보다 2배 높다”며 “우리나라가 연간 해외에 4조 원 정도를 원조하는데, 이 가운데 10% 정도를 개발도상국 학생들이 지방대에 유학을 올 수 있도록 배분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 “공공기관 이전 마무리돼야”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도 이번 정부 내에서 가급적 마무리해야 한다는 것에도 의견을 같이했다. 우 위원장은 “1차 공공기관 이전 정책은 신도시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원도심과 격차가 벌어져 공동화 현상 등 부작용이 생겼다”며 “2차는 신도시가 아닌 기존의 도심으로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윤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문제다. 내년부터는 수도권에 청사가 아닌 사무실 임대 형태로 운영하는 기관들 먼저 지방으로 속속 내려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지역별, 기관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경우가 많아 이번 정부에서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붙이려면 교통정리가 시급하다. 김 의원은 “한국산업은행법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이를 지방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대한민국에 둔다’로 바꿔 개정안을 냈다”며 “그런데 부산 지역구 의원은 ‘부산에 둔다’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고, 서울 지역구 의원들은 서울에서 본점이 이전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송 의원은 “지자체 간 과도한 유치 경쟁,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단순히 지역끼리 ‘나눠 먹기 식’이 아닌 지역 산업구조와 생태계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역별 산업구조를 면밀히 조사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기관을 이전시켜야 할 것”이라고 했다.
○ “지방이 살아나려면 지자체에 권한 실어줘야”
지방이 살아나려면 중앙집권적 체제를 지양하고, 지자체에 권한과 힘을 실어주는 자치분권으로 가야 한다는 데도 한목소리를 냈다. 정 의원은 “지역균형발전의 주체는 지역의 사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지역이 돼야 한다”며 “그러나 중앙정부가 각종 권한을 갖고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지역 스스로 지역 발전을 설계하고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의원은 “지역 자립의 발판을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부처가 결정하고 지방에는 통보하거나 교부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정부에서도 이같이 고질적으로 지적돼 왔던 중앙집권적인 지역균형개발 정책 대신 지자체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우 위원장은 “이번 여름에 수해를 겪으면서 지방분권에 대한 생각이 굳어졌다.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일부라도 가시화되도록 준비하고 있다”며 “광역지자체장이 미국의 주지사들같이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다. 자치경찰제처럼 시도지사들이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범위를 늘리는 부분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행=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정리=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지역균형발전#인간 존엄#좌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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