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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이기홍 칼럼]국민이 찾아준 국정 방향… 샛길 유혹 떨쳐야

입력 2022-12-09 03:00업데이트 2022-12-09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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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지지율 회복 추이에 담긴 민의는
‘민노총 원칙 대응, 文 정권 심판,
신중한 언행, 여당 정상화’에 대한 지지
黨 장악 관심 끊고 국정 전념해야
이기홍 대기자이기홍 대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지지율 회복세의 의미를 깊게 새겨야 한다. 그동안 왜 지지율이 바닥을 헤맸는지, 남은 4년 5개월간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의 진단과 처방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지율 회복세의 원인은 명확하다. 첫째는 국민이 윤 후보를 뽑아준 근본 이유인 법과 원칙의 회복, 좌파정권 청산 미션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둘째는 도어스테핑 중단으로 본인 리스크가 줄었고, 셋째는 여당 내분이 잠잠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너무도 당연한 방향이었다. 그 명확한 길을 외면한 채 헤매온 대통령에게 국민이 이게 당신이 갈 길이라고 정답 힌트를 준 게 최근의 지지율 변화다.

이제 관건은 모범 답안대로의 실행인데, 다시 엉뚱한 길로 이끌 유혹은 숱하게 널려 있다.

윤 대통령은 민노총 불법에 법과 원칙, 무관용 대응을 내세워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아직은 행동으로 뒷받침되는 게 약하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적당한 타협을 요구하는 압박이 커질 것이다. 과거 정권들도 법과 원칙을 강조하다 적당히 타협한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만약 이번마저 법과 원칙 다짐이 호기로운 수사(修辭)로 끝난다면 균형 잡힌 노사 관계는 물론 정권에 대한 국민 신뢰는 영영 세울 길이 없어질 것이다.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노동법상의 절차를 준수한 파업에 대해선 확실하게 권리를 보장하되, 정치 파업이나 불법 행위로 인해 야기되는 모든 피해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끝까지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선례를 만들고 정권 내내 일관성 있게 지속해야 한다.

피해를 입은 민생과 기업들을 위한 지원 조치는 신속하고 구체적이고 방향이 선명해야한다. 민노총이 개별 기업들을 분리 공략하면 당해낼 기업은 많지 않다. 피해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민노총 세력을 상대로 배상을 받아내는 건 지난(至難)한 작업이다. 행정적 제도적 지원에 나서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법과 원칙을 강조한 걸로 대통령이 할일을 다한 것은 아니다. 마거릿 대처는 2, 3년치 석탄을 비축해 놓고 파업에 맞섰다. 피해 최소화 대책을 면밀히 챙기며 국민에게 인내와 협조를 거듭거듭 당부해야 한다. 그래서 중도는 물론이고 온건 진보 내에서도 “무너진 룰을 바로 세우는 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해야 한다. 일관성·지속성을 통해 불법 행위자들에게 교훈을 주고, 가치와 원칙이 끝까지 지켜진다는 점이 분명해지면 상대 진영 내에서도 동의와 존중의 폭이 자연스레 확산될 것이다.

문 정권 청산이 확실하게 이뤄질지도 아직은 변수가 많다. 문 전 대통령 관련 주요 의혹, 즉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원전 폐쇄 △대북 의혹 △딸 부부의 태국 이주 관련 의혹 등의 진실이 규명되어야 하는데, 검찰총장으로 발탁해준 인사권자에 대한 부채감, 격렬해질 좌파진영의 반발 등을 우려해 대충 덮고 가자는 편한 길 유혹이 생길 수 있다.

성공 정권의 길로부터 벗어나게 할 또 하나의 유혹은 당 장악 욕심이다. 이를 부추기는 이들이 윤핵관이다.

매사를 계파정치·당권다툼의 낡은 관점에 찌든 눈으로 바라보는 그들은 속삭일 것이다. “당이 정권을 적극 방어해주지 않습니다, 중진들은 몸 사리기 급급합니다, 당을 장악해야 행정부가 편해집니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 만찬정치를 시작하면서 윤핵관부터 불렀는데 이를 말리지 못한 참모들의 수준이 한심할 뿐이다.

윤 대통령은 당에 아무 연고도 없다. 그래서 자기 사람을 심어 장악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야 한다. 당에 뿌리 깊은 계파, 생사를 같이해온 가신(家臣)들이 없기 때문에 누구나 친윤이 되는 데 장벽이 없다. 과거 이명박 정권을 압박했던 친박 같은 라이벌 세력도 없다.

대통령이 오로지 국정에만 전념해 경제를 살리고 인기가 올라가면 여당은 모두가 친윤이 될 것이다. 반면 지지율이 바닥을 기면 다들 뒤에서 딴소리 하고 심지어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탈당을 요구하는 세력도 나올 수 있다.

만에 하나 대통령이 공천에 검찰 출신 등 친분 인사들을 심으려 하면 공천 파동은 불 보듯 뻔하고 총선은 해보나 마나가 된다.

당 대표도 마찬가지다. 차기 대표는 측근이든 아니든, 대선 후보군이든 아니든 총선 승리에 대통령과 명운이 함께 걸린 공동운명체가 될 수밖에 없다. 굳이 대통령이 개입할 이유가 없다. 차기 대선주자도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감싸고, 지지율이 바닥이면 차별화하려 들 것이다. 아무리 심복, 설령 동생이나 자식이 차기 주자가 되어도 마찬가지다.

한동훈 차출론도 마찬가지다. 설령 한동훈이 아무리 유능하게 대표직을 수행해도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이면 “검찰 출신은 역시 안 돼”라는 인식이 퍼지고 멀쩡한 한동훈까지 망가질 수 있다. 경제가 바닥이거나, 배우자 리스크가 불거지면 한동훈 할아버지를 데려와도 총선은 이길 수 없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은 사람을 가려가며 택해서 당을 장악하는 게 아니라, 전체를 다 내 사람으로 만드는 큰 그림의 접근이 필요하다.

김영삼 정부 초기 주변 현인들은 YS에게 “금융실명제와 하나회 청산 두 개만 제대로 해도 청사에 남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지금 국민은 윤 대통령에게 조언해주고 있다. △민노총으로 상징되는 비대한 집단 권력에 맞서 법과 원칙·공정을 회복하고 △좌파 정권이 저지른 비리·불법을 청산하고 △신중한 언행과 엄정한 주변 관리로 사적 리스크를 차단하고 △당 장악 욕심을 버리라는 것이다. 국민이 이렇게 정답지를 보여주는데도 지난 봄여름의 자충수를 반복하면 온건 보수와 중도층이 기대를 접고 다시 돌아설 것이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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