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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독서 인구는 주는데, 신간은 느는 사회[2030세상/김소라]

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입력 2022-12-06 03:00업데이트 2022-12-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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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라 요기요 마케터김소라 요기요 마케터
내 친구 A는 취미라고 하기엔 상당히 열심히 글쓰기에 열중한다. 종종 자신의 에세이를 모아 독립 출판물을 만들기도 한다. A는 며칠 전 두 번째 책을 내고 나에게도 한 권 선물로 주었다. 반가운 마음에 책을 살피다가 그가 첫 책을 준비하던 2018년을 떠올렸다. 4년 전의 자가 독립출판은 희귀한 일이었다. 4년이 지난 지금 내 주변에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지인이 꽤 많아졌다. 친구처럼 실행에 옮긴 경우가 있다. 출판사에 투고를 하거나 언젠가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다. 영상 시대라고들 하는데 신기했다.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드는 것 같다. 내 지인이라는 한정된 모수도 그렇고, 출근길 지하철에도 책을 읽는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다. 내 주변뿐만이 아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39세의 독서 인구 비중은 2011년 약 76%에서 2021년 약 56%로 크게 줄어들었다. 젊은 세대의 연간 독서 권수 역시 17권에서 9권으로 줄었다. 2022년에도 이 감소세는 비슷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독서 인기가 하락하는 중에도 지금 출간되는 책은 늘어난다. A는 다독가이자 애서가이므로 그의 서적 출간을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도 기회가 생기면 책을 내고 싶어 한다. 그 결과 신간의 종(種) 수는 줄지 않았다. 한국에서 발간된 책에 대한 서지 정보를 담은 ‘대한민국 국가 서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반 도서의 등록 수는 오히려 증가해 작년에만 10만여 권의 정보가 기록되었다. 숫자로만 보면 읽는 사람은 줄지만 책을 쓰는 사람은 늘고 있다.

지인 B의 2023년 목표는 ‘자기 일 이야기를 책으로 내기’다. B도 독서에는 관심이 없다. 그가 원하는 건 책이 가지는 권위다. 책을 멀리하는 사람도 책은 어딘가 좋은 것, 무언가 깊은 의미가 담긴 것이라 여긴다. 책을 펴낸 작가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햄버거에 대한 책을 내면 햄버거 전문가가 된다. 책의 실제 내용을 몰라도 어떤 사람은 책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작가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보장받는다.

지적 권위를 얻거나 자기를 표현하는 여러 방법이 있다. 그중 책을 내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들기 때문이라는 추측을 해 본다. 물론 내용이 충실한 책을 만들기 위해 조사나 취재에 열중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출판의 고정비 자체는 크지 않다. 자기표현 수단을 찾고 있어도 비슷하다. 출간은 영화를 찍거나 옷을 만드는 것보다는 저렴하다. 출판사를 찾기 까다롭다면 독립 출판을 해도 된다. 늘어나는 작가만큼 독립 출판물을 취급하는 독립 서점의 수도 늘어나고 있다.

독서는 듣는 것에 가깝고 출간은 말하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지 않는데 작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건 듣지 않고 말하겠다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모습이 자세히 듣기 전에 일단 말하고 보는 요즘 세상과 닮아 보이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나는 다독가는 못 되지만 독서를 좋아한다. 그 입장에서 꾸준히 신간이 나오는 건 기쁜 소식이다. 하지만 가끔은 마냥 기뻐해도 되는 일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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