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경영의 답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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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
2만9853개 표본으로 ESG 경영-정보공시 조사
‘팩트북’ 발간… 보고서 경향 한 눈에 정리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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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수년째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슈가 전 세계 산업계에 파도처럼 퍼지고 있다. 곳곳에서 ESG 관련 세미나, 포럼 등이 열리고 있으며 경영진부터 실무자까지 ESG 관련 지식을 습득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기업경영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음을 산업계 종사자 대부분이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ESG를 항해하는 기업들은 어디로 방향타를 잡아야 할까. 답은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있다. 2019년 8월 글로벌 ESG 이슈의 방아쇠를 당긴 미국 BRT 선언의 키워드는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의 전환’이었다.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야말로 기업 경영의 본질을 가리키는 나침반이라는 것에 굴지의 기업 CEO들이 뜻을 모은 것이다. 기후 위기, 글로벌 경기침체 이슈의 한복판에서 우리 기업들도 ESG 경영으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이해관계자의 목소리에 더 주목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해관계자들은 우리 기업의 ESG 경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강명수 한국표준협회 회장
강명수 한국표준협회 회장
한국표준협회(회장 강명수)는 국내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인식을 살펴보기 위해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KSI)’와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등 2개 부문에 대한 조사를 시행했다. 올해 KSI와 KRCA 조사에는 총 2만9853개 표본의 대규모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KSI는 ESG 경영 전반을, KRCA는 ESG 정보공시 수준을 이해관계자의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환경 문제에 대한 기업 역할에 집중


2009년부터 매년 시행하고 있는 KSI는 ESG 경영 실행을 위한 국제표준인 ISO 26000을 기반으로 대규모 이해관계자와 분야별 전문가가 참여하여 국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조사모델이다. 최근 투자자 중심의 다양한 ESG 평가지표가 만들어지고 있지만 KSI는 폭넓은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진단하는 모델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올해 KSI 조사는 49개 산업, 210개 기업을 대상으로 5월부터 9월까지 시행하였는데 1차 조사에서 각 산업별 중요 이슈를 도출하고 2차로 각 기업에 대한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했다. 산업별 중요 이슈는 이해관계자 참여와 SASB(지속가능성회계기준위원회) 산업별 중요 이슈와의 연관성 분석을 병행해 선정하였는데 이를 통해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중 중요성’ 관점을 반영하고자 하였다.

2022년 KSI 조사 결과, 전체 산업의 KSI는 46.81로 전년(45.87)보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지만 전문가 그룹의 KSI는 전년보다 낮아져 일반 이해관계자들과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해관계자 그룹별로 살펴보면 내부 직원 그룹의 KSI가 가장 높은 반면 소비자·고객 그룹의 KSI는 가장 낮았다. ISO 26000 7대 주제별 응답 결과를 살펴보면 소비자 이슈의 KSI가 가장 높았던 반면 환경 부문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기후위기 심화로 인해 환경 부문에서 기업의 책임에 대한 이해관계자의 높아진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별로는 생활용품 산업의 KSI가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전자, 종합식품 산업 순으로 상위권에 자리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조사를 시행한 바이오사이언스 산업이 높은 순위에 위치해 눈길을 끌었다. 제약 산업의 KSI도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는데, 이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높은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별로는 유한킴벌리가 전년에 이어 전체 기업 중 가장 높은 KSI(64.74) 결과를 얻었다. 이어 CJ제일제당(57.55), 교보생명(56.26) 등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 상위권을 형성하였다. 특히 포스코는 올해 KSI 조사에서 철강산업 1위 기업으로 10회째 선정되며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어 눈길을 끌었다.

금융권 발간 보고서 강세


KRCA는 ESG 정보공시의 글로벌 가이드라인인 GRI의 보고원칙을 기반으로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참여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이 발간한 지속가능성보고서를 평가하는 조사모델이다. GRI 멤버인 표준협회가 2008년부터 KRCA 조사를 매년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발간된 모든 지속가능성보고서를 전수 조사하여 평가를 시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KRCA도 KSI와 마찬가지로 폭넓은 이해관계자의 시각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다른 평가모델과 차별화되는데 올해는 3323개 표본의 이해관계자가 참여했다.

올해 KRCA 조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 사이 발간된 총 238개 보고서를 대상으로 하였다. 보고서의 수가 전년 대비 86개 증가한 것으로 ESG 정보공시에 나서는 기업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조사 대상 보고서 중 187개(약 79%)가 상장기업이 발간한 보고서로, 상장기업들이 ESG 정보공시를 주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처음으로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53개로, 전년 30개 기업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22년 KRCA 조사 결과 전체 보고서의 평균 점수는 61.07점이었으며 일반 이해관계자 점수는 69.15점, 전문가 점수는 53.00점으로 나타났다. 상장 여부를 기준으로 살펴보면 상장 기업의 보고서가 비상장 기업의 보고서에 비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업종별로는 금융권 발간 보고서의 점수가 가장 높았고 제조업, 지주회사가 뒤를 이었다. 이는 KB금융, 신한금융 등 금융지주사들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발 빠르게 수립하고 TCFD 등에 따른 체계적인 공시를 주도하고 있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표준협회는 서울대 지속가능경영학회(SNUCSR)와 손잡고 KRCA 조사 대상 보고서를 분석하여 ‘2022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 팩트북’을 발간했는데 기업 보고서의 경향을 통계로 살펴볼 수 있다. 팩트북에 따르면 국내 보고서의 약 96%가 GRI 가이드라인에 따르고 있었다.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공시기준인 SASB와 TCFD를 반영한 비율은 각각 68%, 62%로 나타났다. 이는 2년 전 15% 남짓의 보고서만 SASB, TCFD를 반영한 것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글로벌 ESG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SNUCSR 학회장인 서울대 송지민 학생은 “최근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MZ세대의 미닝아웃 소비가 트렌드화되면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러한 시점에 발간되는 팩트북은 우리나라 기업의 ESG 경영 현황을 팩트에 근간하여 살펴보고 향후 ESG 경영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근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표준협회는 24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2022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대회’를 열고 ESG 경영 우수기업에 대한 인증 수여식을 시행한다. 인증 수여는 ‘대한민국 지속가능성지수(KSI)’와 ‘대한민국 지속가능성보고서상(KRCA)’ 등 2개 부문으로 시행되는데 총 29개 기업이 각 부문의 인증 대상으로 행사에 참여한다.

태현지 기자 nadi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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