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환자는 시간이 생명… 최소 1시간 이내 이송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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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닥터헬기 오해와 진실 이강현 연세대 응급의학과 교수 인터뷰
도입 후 중증외상 생존율 두배로… 뇌중풍 등 치료기간 줄여 비용 절감
美 900여 대… 국내에선 7대 운영… 헬기이용 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
생명 살리기 위한 소음 양해해주길


국내에서 닥터헬기 도입을 처음 주장했던 이강현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병원 옥상에 있는 닥터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국내에서 닥터헬기 도입을 처음 주장했던 이강현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병원 옥상에 있는 닥터헬기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제공


최근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재난응급의료뿐만 아니라 중증환자의 응급의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증환자 가운데서도 환자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중증외상이 1시간 이내, 심장질환이 2시간 이내, 뇌혈관질환이 3시간 이내로 각각 다르다. 골든타임 내에 환자를 병원으로 옮겨야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골든타임 내에 환자를 가장 빨리 옮길 수 있는 것이 바로 ‘하늘을 나는 응급실’로 불리는 닥터헬기다. 2008년 닥터헬기 도입을 국내에서 처음 주장하고 2012년 실제 도입을 관철시킨 이강현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를 만나 닥터헬기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닥터헬기는 어떤 역할을 하나.

“닥터헬기는 전문의사들이 중증 응급환자를 이송하는 헬기다. 요청한 뒤 5분 이내에 날아가서 20∼30분 이내에 사고 현장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다. 의사가 함께 탑승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부터 전문 응급처치를 하면서 병원으로 오게 된다. 또 이송 중에 환자를 진단하고, 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병원 내 외상 수술팀에 미리 연락해 수술 준비를 하도록 하기도 한다. 이처럼 중증 응급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치료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 환자를 살리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응급의료체계 중 하나다.”

―주로 어떤 환자가 닥터헬기로 이송되나.


“3대 중증 응급환자가 중증외상, 뇌중풍(뇌졸중), 심근경색 환자이다. 헬기 이송 환자의 63% 정도가 3대 중증 응급환자들이다. 그중에서 제일 많은 것이 29%를 차지하는 중증외상 환자다. 뇌중풍이 17%, 심근경색이 17% 정도 된다. 이 외에 심정지나 패혈증 등의 중증 응급환자들이 닥터헬기로 이송된다. 시간이 곧 생명인 이런 질환들에 있어서 닥터헬기는 골든타임 내에 처치할 수 있는 날아다니는 응급실이라고 할 수 있다.”

―닥터헬기 도입을 처음에 주장한 계기가 있었나.

“이송이 늦어 사망하는 환자들을 많이 봤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들이 구급차에 실려 고속도로를 타고 오다 차가 막혀 도중에 사망하는 일이 많았다. 우리 병원은 강원 원주시에 있는데 임신부가 강원 삼척시에서 대관령을 넘어오다가 눈 속에 갇혀 죽기도 했다. 그렇다고 취약 지역에 병원을 세우기도 쉽지 않다. 결국은 닥터헬기가 답이었다. 우리 병원은 2013년부터 시작했다. 올 5월에 2000회 출동을 달성했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을 살렸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들은 과거 구급차로 이송할 때보다 생존율이 약 두 배나 높아졌다. 또 뇌중풍, 심근경색 환자들도 치료 기간을 단축해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낮췄다. 늦게 도착하면 죽었을 환자 중 10명만 살려도 정부가 지원하는 닥터헬기 1곳의 예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국내 닥터헬기 현황과 해외 닥터헬기 운영 실태가 궁금하다.


“외국은 이미 1960년대부터 닥터헬기 운영이 시작됐다. 미국은 닥터헬기를 900대 이상, 독일은 100대 가까이 운영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은 닥터헬기 57대를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7대를 운영 중이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한국도 인구 대비해서 28∼30대 정도 닥터헬기를 운영해야 한다. 전국 곳곳의 중증 응급환자에게 응급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최소 12대 정도는 있어야 된다. 경남과 강원 영동 지방엔 닥터헬기가 아예 없다. 12월 제주도에 1대가 추가 운영될 예정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골반 부위를 심하게 다친 환자가 있었다. 골반 내에 출혈이 심해 심각한 상황이었다. 닥터헬기로 이송해 골든타임 안에 수술이 시행됐고 무사히 생존하게 됐다. 또 시멘트 공장에서 일하다가 고층에서 떨어져 뇌출혈이 생긴 환자도 평상시 구급차로 오면 수술 시기를 놓쳐 뇌 손상으로 장애가 심했을 텐데 헬기로 이송해 큰 장애 없이 회복됐다. 모두 닥터헬기가 없었다면 생존이 힘들었던 환자들이다.”

―닥터헬기는 이용료를 많이 내야 하나.

“무료다. 간혹 응급 상황임에도 혹시 비용을 많이 지불할까 봐 두려워서 사용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다. 닥터헬기는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된다. 중증 응급환자가 언제든지 이용하면 그만큼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닥터헬기를 운영하는 데 애로 사항이 있다면….

“소음이다. 소리와 관련된 민원이 가끔 들어온다. 아무래도 헬기가 크니 소음이 많이 난다. 그래서 주변에 사는 주민들은 불편할 수 있다. 헬기가 날아가는 이유는 생명이 위급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헬기 소리를 소음이 아닌 ‘생명을 살리는 소리’로 인식해 주면 좋겠다. 닥터헬기를 통해서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만큼 닥터헬기에 대한 정부와 지자체의 추가 지원도 절실하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사 likeday@donga.com


#닥터헬기#중증외상환자#헬기 이용#국가 전액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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