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 반대’ 유튜브의 여론몰이[기고/한진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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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전 한국방송학회장)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전 한국방송학회장)
최근 한 초등학교 선생님의 경험이다. 한 학생이 “망 사용료가 뭐예요?”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어디서 들었냐고 되물었더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줬다고 했단다. 구글 유튜브의 인공지능(AI)은 초등학교 학생도 망 사용료를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나 보다. 멀리 최전방에 근무하고 있는 군인에게도 망 사용료 관련 영상이 추천되고 있다고 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네이버, 다음 같은 포털의 언론화나 정치 세력화 논쟁이 뜨거웠다. 이제 포털보다 유튜브가 관심의 중심에 섰다. 유튜브는 방송사보다 더 많은 이슈를 만들어 내고 여론도 만드는 매체가 됐다. 자연스레 구글의 유튜브 사적 활용과 정치 세력화에 대한 경계심이 커진다.

소위 망 이용 대가 법안, 빅테크의 무임승차 방지 법안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뜨겁다. 법안을 발의한 한 국회의원은 인터넷망을 공짜로 이용하고 있는 몇몇 글로벌 빅테크 때문에 법안을 만들었다고 했다. 구글은 이 법안의 이해관계가 얽힌 대표기업이라고 한다. 최대 이해관계가 걸린 기업이 보유한 플랫폼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이다.

유튜브 고객센터에는 법안에 반대하는 구글의 입장이 올라와 있다. 법안 반대 청원을 받는 광고물도 유튜브에 게시돼 있다. 유튜브의 AI 알고리즘은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초등학교 학생이나 최전방 군인에게까지 법안 반대 입장을 설명하는 영상물을 추천해 주고 있다.

법안에 반대하는 유튜브 영상들을 보면 내용은 물론이고 순서까지 유사한 경우가 많다.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이 배분해 주는 광고비 수익이 줄어들까 우려하는 유튜버가 많다고 한다.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문제가 됐던 포털 논쟁과 또 다른 양상이다. 유튜브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다.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들어가 보면, 법안 반대 청원 광고물이 어느 순간 나온다.

미디어의 공정성, 중립성이 무너질 경우 나타나는 폐해는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 폐해를 생생하게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도 이제는 유튜브 같은 미디어의 여론 몰이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논할 때가 됐다. 유튜브에서의 의견 표명은 구글의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유튜브가 여론 몰이 수단이 되거나 정치 권력화, 정치 세력화돼서는 안 된다.

투명성과 팩트 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6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구글 등 많은 거대 인터넷 기업과 함께 개정한 “허위 조작 정보 근절을 위한 규약(Code of Practice on Disinformation)”은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한진만 강원대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전 한국방송학회장)
#망 사용료#여론몰이#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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