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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환율 치솟은 美-유럽 포기… “한끼 3000원 베트남 여행”

입력 2022-07-04 03:00업데이트 2022-07-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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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도 간다’는 옛말… 물가 싼 나라로 ‘보릿고개 여행’
‘호텔 1박 10만원’ 튀르키예 인기, ‘역대급 엔저’ 日 여행도 회복 기미
구모 씨(26)는 입사를 앞두고 취업 준비 내내 고대했던 유럽 대신 튀르키예(터키)로 여행 가기로 했다. 튀르키예 이스탄불 ‘4성급 호텔’ 숙박비는 1박에 단돈 10만 원대. 프랑스 파리에서는 우범지대 에어비앤비에 묵을 돈이다. 2명이 케밥과 음료를 먹어도 5000원밖에 안 들지만 스위스는 버거세트만 해도 1인당 2만 원은 기본이다. 그는 “유럽 가면 허리띠를 졸라매며 여행 기분도 못 낸다”며 “유럽만큼 이국적이면서 환율 부담이 적어 마음 편히 여행할 수 있는 튀르키예가 낫다”고 말했다.

방역이 완화된 데다 휴가철이 다가오며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가운데 주요국 환율이 치솟자 물가가 저렴한 여행지로 떠나는 ‘보릿고개 여행객’이 늘고 있다. 이들은 유럽과 북미 등보다 비용이 적게 드는 튀르키예, 동남아 등으로 향하며 자구책을 찾고 있다.
○ 유럽 인기 식고 ‘한 끼 3000원’ 튀르키예·동남아 부상
3일 국내 한 여행업체에 따르면 지난달 예약된 패키지 상품 중 베트남 상품 비중이 41%로 가장 많았고 튀르키예가 20%, 서유럽이 19%로 뒤를 이었다. 노랑풍선 역시 지난달 여행지별 상품 예약 증가율(전월 대비)이 베트남, 튀르키예, 서유럽 순으로 높았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6월 들어 유럽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며 “항공료 부담에 환율까지 오르자 ‘비싸도 간다’던 이전과 달리 비용을 따지는 고객이 늘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윤모 씨(23)는 이달 자매끼리 베트남 하노이로 여행을 떠난다. 자매는 ‘3만 원의 행복’이란 이름을 붙였다. 5성급 호텔 숙박비 80만 원(6박)을 빼면 일주일간 1인당 20만∼25만 원, 하루에 3만 원 안팎만 써도 풍족히 지낼 수 있어서다. 그는 “쌀국수 한 끼에 3000원이면 된다”며 “뉴욕이면 이틀 만에 탕진할 예산”이라고 했다.


해외 여행지가 바뀐 것은 주요국 환율이 급등한 영향이 크다. 1일 오후 8시 기준 원-달러 환율은 1298원, 원-유로 환율은 1356원에 달했다. 반면 튀르키예는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다. 1일 기준 10리라는 775원으로 1년 전(1304원)보다 리라화 가치가 40.6% 낮아졌다.
○ 비싼 국내 대신 해외여행 택하기도
서울과 도쿄의 하늘을 잇는 김포~하네다 노선의 운항을 재개한 지난달 29일 서울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가 일본으로 향하는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022/06/29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내 물가마저 급등하며 해외여행이 더 낫다는 이들도 나온다. 다음 달 베트남 냐짱으로 3박 5일 여행 가는 직장인 최모 씨(26)는 “숙박비, 식비, 주유비를 합하면 국내 고급 리조트를 가는 것과 가격 차이가 별반 없다”고 했다.

일본도 개별 여행이 가능해지면 ‘역대급 엔저’로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원-엔 환율은 3월 말 100엔당 1000원 이하로 떨어진 뒤 지난달 20년 4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이미 일본 쇼핑 수요가 늘며 배송대행업체 몰테일에선 4∼5월 일본 직구 물량이 전년 동기보다 20% 증가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김포∼하네다 노선 재개를 계기로 일본 항공료가 빠르게 정상화될 것”이라며 “일본 여행 수칙만 완화되면 엔저 쇼핑을 노린 여행객까지 몰려갈 것”이라고 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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