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바로잡으려 시작한 수영… 49년 만의 100m-200m 동시 석권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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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 포포비치 새 황제로 등극… 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2관왕에
우승후보 드레슬 기권 덕 봤지만 펠프스-소프 잇는 스타 탄생 예고
도쿄올림픽서도 황선우와 함께 수영 10대 돌풍 일으키며 주목
한국 男계영 800m 사상 첫 8강행

루마니아 다비드 포포비치(오른쪽)가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7초58로 우승한 뒤 2위(47초64)를 한 프랑스 막심 그루세의 축하를 받고 있다. 포포비치는 
1973년 제1회 대회의 짐 몽고메리(미국) 이후 49년 만에 세계선수권 단일 대회에서 자유형 100m, 200m를 동시에 석권한
 선수가 됐다. 부다페스트=신화 뉴시스
루마니아 다비드 포포비치(오른쪽)가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7초58로 우승한 뒤 2위(47초64)를 한 프랑스 막심 그루세의 축하를 받고 있다. 포포비치는 1973년 제1회 대회의 짐 몽고메리(미국) 이후 49년 만에 세계선수권 단일 대회에서 자유형 100m, 200m를 동시에 석권한 선수가 됐다. 부다페스트=신화 뉴시스
루마니아의 다비드 포포비치(18)가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49년 만에 남자 자유형 100m와 200m를 석권했다.

포포비치는 2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두나 아레나에서 열린 2022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 결선에서 47초58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자유형 200m에 이어 2관왕이 됐다. FINA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자유형 100m, 200m 우승을 차지한 선수는 1973년 제1회 대회의 짐 몽고메리(67·미국) 이후 처음이다. 포포비치는 이번 대회에서 8관왕에 도전했던 강력한 우승후보 케일럽 드레슬(26·미국)이 갑자기 기권하는 바람에 우승했지만 향후 세계수영 남자 자유형 단거리의 최강자로 군림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포비치는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7초13의 세계 주니어기록을 세웠다. 2009년 이탈리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세자르 시엘루 필류(브라질)가 세운 46초91의 세계기록에 불과 0.22초 차 뒤진 좋은 기록이다. ‘기술도핑’이라는 혹평을 받는 전신수영복이 허용되던 시절의 기록을 빼면 역대 8번째로 빨랐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이례적으로 포포비치를 조명하며 ‘제2의’ 마이클 펠프스(미국)와 이언 소프(호주)에 비유했다. 펠프스는 5번의 올림픽에서 자유형 200m 등에서 무려 금메달 23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딴 수영 영웅. 소프는 자유형 200m와 400m 등에서 13번 세계기록을 갈아 치운 ‘신기록 제조기’로 2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획득했다. 그만큼 포포비치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2004년 9월생인 포포비치는 1975년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100m에서 금메달을 딴 앤디 코언(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18세 생일 전에 금메달을 딴 선수가 됐다. 또한 세계선수권 경영 2관왕에 오른 최초의 루마니아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포포비치는 4세 때 수영을 시작했다. 부모가 쉽게 지루해하는 그를 피곤하게 만들어 잠을 잘 수 있게 하려고 수영을 시킬까 고민하고 있을 때 의사도 수영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의사는 초기 척추측만증 증세를 보이던 포포비치에게 수영을 시키면 도움이 된다고 처방했다. 포포비치는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다. 10세 무렵 배영 50m 루마니아 국가기록을 처음 경신했다. 15세이던 2019년 유러피언 유스 올림픽 페스티벌에서 자유형 100m에서 49초82를 기록하며 국제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다.

키 190cm에 몸무게가 80kg인 포포비치는 양팔을 벌린 윙스팬의 길이가 205cm에 달한다. 호주 수영국가대표 출신 브렛 호크(47)는 “젊은 농구 유망주를 보는 듯 손과 발이 크다. 신체적으로 타고났다. 3점 슛을 던지면 거의 다 들어가는 미국프로농구(NBA) 스테픈 커리에 비견된다. 물속에서 그는 못하는 게 없다. 100만 명에 한 명 나올 선수”라고 평가했다.

포포비치는 훈련량도 엄청나다. 하루에 최소 4∼7km 물을 타고 웨이트트레이닝 훈련 등을 포함해 매일 5시간 이상을 훈련한다. 자유형 200m 금메달을 획득한 뒤 성공의 비결을 묻는 인터뷰에서 포포비치는 불타는 열정과 강도 높은 훈련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러면서 “단순하지만 둘을 잘 조합하면 쟁쟁한 스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리학에 관심이 많은 그는 “신체적으로도 준비돼 있어야 하지만 훌륭한 선수가 되는 최고의 무기는 정신력이다”고 했다.

포포비치는 지난해 도쿄 올림픽 때부터 한국의 ‘수영 천재’ 황선우(18·강원도청)와 함께 10대 돌풍을 일으켰다. 나란히 자유형 100m와 200m 결선에 올랐고, 포포비치는 100m에서 7위(황선우 5위), 200m에서 4위(황선우 7위)를 했다.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당시 국내 수영계 관계자는 포포비치에 대해 “체구도 좋은 데 천부적으로 물을 잡는 기술까지 좋다. 앞으로 포포비치의 시대가 올 것 같다”고 평가했다. 황선우는 이번 대회 자유형 200m에서 은메달을 획득했지만 자유형 100m에서는 결선에 오르지 못했다.

여자 접영 200m에서 우승을 한 16세의 서머 매킨토시(캐나다). 부다페스트=AP 뉴시스
여자 접영 200m에서 우승을 한 16세의 서머 매킨토시(캐나다). 부다페스트=AP 뉴시스
2006년 8월생으로 만 16세인 캐나다의 서머 매킨토시는 여자 접영 200m 결선에서 2분5초20의 세계 주니어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준결선에서 자신이 세운 2분5초79의 세계 주니어 기록을 하루 만에 경신했다.

한편 황선우와 김우민(강원도청), 이유연(한국체대), 이호준(대구시청)이 나선 한국 계영대표팀은 남자 계영 800m 예선에서 7분8초49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14개 팀 중 4위를 해 한국 수영 사상 처음으로 8팀이 겨루는 경영 단체종목 결선에 진출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포포비치#새 황제#세계수영선수권 자유형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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