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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경제

상품 추천 못하는 ‘마이데이터’… 인슈어테크들 사실상 개점휴업

입력 2022-06-09 03:00업데이트 2022-06-0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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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5개월… 규제 막혀 반쪽 서비스
지난해 보험 분야에서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은 A사는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당초 고객의 보험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해주고 실제 가입으로 이어지면 수수료를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위법 소지가 있다”고 해석하면서 추천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A사는 ‘혁신금융 서비스(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하라는 당국 지침에 지난해 10월 신청을 마쳤지만 지금까지도 감감무소식이다. A사 대표는 “당국에 수차례 문의해봤지만 진척 상황을 듣지 못했다”며 “투자 유치도 실패해 지난해 80명이던 직원을 20명으로 구조조정했다”고 했다.

‘내 손안의 금융비서’로 불리는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공식 출범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A사처럼 일부 금융사들은 규제에 가로막혀 ‘반쪽짜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도 여전히 한정적이어서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정보 사용료’까지 내야 하면 서비스를 포기하는 업체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 ‘라이선스 규제’에 가로막힌 서비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마이데이터 사업자 가운데 사업 진행이 가장 더딘 곳은 인슈어테크(보험+핀테크)들이다. 현행법상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할 수 없어 이들은 상품 비교, 추천 같은 핵심 기능을 빼고 분석 서비스만 하고 있다. 해당 업체들이 반발하자 금융당국은 혁신금융 서비스를 제시한 뒤 추후 제도 개선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10∼12월) 관련 업체들이 혁신금융 서비스를 신청한 뒤에도 진척은 더디다. 불완전판매 가능성과 이해관계자 의견 등을 검토하느라 허용이 늦어지고 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핀테크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온라인 플랫폼의 상품 비교, 추천 서비스는 중개에 해당돼 라이선스를 따야 한다. 또 펀드 같은 투자 상품을 중개하려고 해도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자본시장법상 투자권유대행인 등록을 할 수 없어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한 핀테크 업체는 “추천 상품의 범위를 투자 상품으로도 확대하면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규제에 묶여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활용 가능한 정보도 한정적
마이데이터 업체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한정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이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가입 내용, 카드 청구 예정 정보 등은 받을 수 없다. 정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다른 보험의 정보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네이버, 쿠팡 같은 전자금융업자에서 받는 제품 구매 정보도 12개 카테고리로 포괄적으로 묶여 있어 유의미한 분석이 어렵다고 업체들은 하소연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는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이 데이터를 전송해주는 한국신용정보원에 정보 이용료를 지급해야 해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마이데이터의 취지는 금융산업에 ‘메기’를 풀어 소비자들의 효용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이런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아날로그 시대에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 대한 전향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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