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만 총기난사로 15명 사망…美 의회는 어떤 선택을?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6월 6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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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효성 있는 규제는 통과 가능성 매우 낮아
의회 규제 논의 중에도 쉼 없이 이어진 총기난사
총기규제 필요성 주장 집회도 이어져

5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사우스 스트리트 상점 유리창에 총격 흔적이 남아 있다. 필라델피아=AP/뉴시스
5일(현지시간) 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사우스 스트리트 상점 유리창에 총격 흔적이 남아 있다. 필라델피아=AP/뉴시스
최근 연달아 벌어진 총기사고로 미국 의회에서 총기규제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말에도 각종 총기난사로 15명이 목숨을 잃고 60여명이 다쳤다. 다만 의회가 논의 중인 총기 규제 법안 중 그나마 통과가능성이 높은 신원조회 강화가 방지할 수 있는 총기난사 사고는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보여 실효성 논란이 예상된다.

뉴욕타임스(NYT)가 1999년 이후 4명 이상 사망한 난사사고(105건) 중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법안(△총기 구매 가능 연령은 21세로 상향 △총기구매자 신원을 조회 확대 △총기보관에 대한 안전조치 의무화 △대용량 탄창 구매 금지)으로 달라졌을 사건이 있는 지 분석해보니 상원 통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신원조회 확대는 4건의 사고 방지에만 영향을 미칠 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는 하원이 다음주 표결할 예정인 잠재적 사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총기 소지를 규제하는 ‘적기법’이 제대로 시행될 경우 난사사고 방지에 효과가 클 것으로 보였지만 상원에서 강한 반대에 직면에 실제 통과될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총기난사 연달은 충격에도, 주말 사이에만 난사사고로 15명 사망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번 4일(현지시간) 자정쯤 필라델피아 유흥가에서 두 남성 간 다툼이 무차별 난사로 이어져 3명이 사망하고 14명이 다쳤다. 경찰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총 5정의 총이 발견됐다. 2정은 반자동식 권총이었고 그 중 하나는 대용량 탄창이 있었다. 킴 케네디 필라델피아 시장은 성명을 내고 “또 다시 뻔뻔하고 비열한 총기사고로 소중한 모숨을 잃었다”고 규탄했다.

이후 세 시간도 지나지 않은 5일 새벽 2시 42분경에는 테네시주 채터누가 술집 인근에서도 총기난사가 발생해 3명이 죽고 14명이 다쳤다. 팀 켈리 채터누가 시장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여러분들 앞에서 이렇게 서서 총기 얘기를 하는 것도 지친다”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AP에 따르면 4일 애리조나 피닉스 쇼핑몰에서도 총격으로 14세 소녀가 죽고 8명이 다쳤다. 5일에도 사우스캐롤라이나 졸업 파티에서도 총기사고로 10대 6~7명을 포함해 8명이 총격을 입었고 성인 1명이 사망했다. 이어 아리조나 술집에서도 총기사고(2명 사망, 2명 부상), 미시간 길거리에서도 이른 새벽에 벌어진 총격사고(3명 사망)가 이어졌다.

크리스 머피(코네티컷) 상원의원은 이날 CNN에 출연해 “그 어느 때보다도 의회가 행동에 나서야할 때다. 하지만 이번에도 실패할까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총기규제 입법안을 두고 “솔직히, 우리 민주주의와 연방정부에 대한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의회 논의 중인 총기규제법안, 통과 가능성 높으면 실효성은 낮은 딜레마

NYT가 콜럼바인 고교 총기사건(1999년) 이후 벌어진 총기난사사건(가해자 제외 4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경우) 105건을 전수 분석해 현재 미국 의회에서 논의 중인 조치들이 총기난사사고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를 추정했다.

현재 의회에서 논의 중인 모든 조치를 다 취해 이를 막았다고 가정하면 발생한 총기난사사건의 3분의 1(약 35건)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가 신원조회 없이 총을 구매하거나, 총을 훔치거나, 대용량 탄창을 사용했거나, 가해자가 21세 이하였던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이 사건들로 인한 사망자수 합은 446명이었다.

전문가들은 총기소유가 보편적인 나라에서 총기난사사고 3분의 1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라고 평했다. 가렌 윈테뮤트 UC데이비스 총기사고예방연구소 소장은 “100% 효과가 있는 정책은 없다. 하지만 실질적 변화를 일으킬 수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마저도 창반양론이 강하게 나뉘는 터라 상원에서 총기규제 관련 법안이 모두 통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NYT는 특히 실제 피해를 가장 줄이려면 총기 도난 방지나 총알 10개 이상을 장전할 수 있는 대용량 탄창의 판매 금지가 필요. 하지만 해당 법안이 상원을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햇다.

현재로서는 신원조회강화 정도가 통과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다만 가해자가 신원조회강화를 거치지 않고 얻은 총기로 난사사고를 일으킨 경우는 전체(105건)에서 4건에 그쳤다. 또 워낙 총기를 구하기 쉬운 구조라 미성년자가 총을 불법적인 루트로 얻거나 성인의 경우 별다른 제한 없이 총기를 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NYT는 실질적으로 난사사고를 줄이는 데에는 공격용무기로 불리는 반자동소총을 금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거 상원은 1994년 공격용무기의 판매를 금지. 하지만 이 법안이 10년 뒤 일몰법으로 폐기된 후 총기판매는 급증했다. NYT가 분석한 총기난사 사고의 3분의 1은 이런 반자동소총을 사용됐다.

하원이 다음주 표결을 할 예정이고 상원에서도 논의가 시작되고 있는 ‘적기법(잠재적 사고 위험이 있는 사람들의 총기 소지를 규제)’ 역시 제대로 시행될 경우 총기난사 사고의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분석한 난사사고 중 69건(46%)에서 가해자가 사고 이전에 자신의 공격의사를 누군가에게 밝힌 적이 있으며 36%는 이전에 자살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이력이 있었다. 다만 실효성이 높은 규제법일수록 상원 통과 가능성은 낮다는 게 현실적인 걸림돌이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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