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경영악화 속 새로 문 여는 영화관 증가, 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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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영화관 542곳… 1년새 68곳↑
상당수 입점계약 더는 못미뤄
‘울며 겨자먹기’식 개관 많아

지난해 1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에 39석 규모의 작은 영화관 ‘라이카시네마’가 문을 열었다. 팬데믹으로 영화관 산업이 존폐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도 새로 영화관을 연 것. 이곳에선 주로 독립·예술영화가 상영된다. 서기분 라이카시네마 대표는 21일 “어려운 시기지만 청춘들의 창작 활동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팬데믹 이후 고강도 방역대책의 영향으로 다중이용시설인 영화관이 고사 직전에 내몰렸지만, 지난해 영화관 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영화관은 542개로 2020년(474개)에 비해 14.3%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경영 악화로 영화관 수가 대폭 줄어들었을 것이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지난해 늘어난 영화관 가운데 2020년 팬데믹 여파로 폐관했다가 사업 주체를 바꿔 재개관한 경우를 빼고 말 그대로 신규 개관한 곳이 39개나 된다. 경북 의성군의 ‘의성작은영화관’도 새로 문을 연 영화관 중 하나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가 의성군으로부터 위탁받아 지난해 7월부터 운영 중이다. 작은영화관주식회사는 “영화 관람비가 7000원으로 저렴해 군민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문화 향유 같은 대의를 갖고 개관한 일부 영화관들을 제외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신규 개관한 경우가 상당수다. 지난해 전국 CGV 영화관 수는 190개로 전년 대비 11개 늘었다. 롯데시네마도 지난해 전년 대비 10개 늘어난 143개였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팬데믹을 이유로 최대한 개관 시기를 미루다 건물 입점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문을 연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때문에 극장 수만 늘었을 뿐 업계가 경영 악화로 인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건 여전하단 분석이 나온다.

업체들이 영화관 수를 줄이는 건 팬데믹이 끝난 후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 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도 중소 위탁 극장주가 운영하는 비율이 40%가량 된다”며 “방역지침 조정으로 인한 피해 보상금 같은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영화관이 줄줄이 폐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팬데믹 경영악화#영화관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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