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나이키·할리데이비슨까지… ‘러시아 보이콧’ 확산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3월 2일 19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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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세계 각국이 ‘러시아 보이콧’에 나선 가운데 애플 나이키 보잉 포드 엑손모빌 등 글로벌 기업도 속속 러시아에서 발을 빼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에서 ㅤ쫓아내는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유엔 회의에 참석한 각국 외교관이 공개적으로 러시아에 등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에서 “모든 러시아발 항공기에 미 영공을 닫는다. 러시아를 더 고립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 유나이티드항공 또한 비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유럽연합(EU)과 캐나다 역시 러시아발 항공기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서방 대부분이 러시아에 하늘 길을 닫았다.

각국 대기업 탈(脫)러시아 본격화

애플은 이날 러시아에서 아이폰 등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폭력의 결과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함께 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를 제한하고 앱스토어에서 러시아투데이(RT), 스푸트니크뉴스 등 러시아 관영매체 앱도 내려받을 수 없도록 했다. 나이키 역시 러시아 내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세계 1, 2위 해운사인 MSC와 머스크 또한 러시아로 입출항하는 화물 서비스를 모두 중단했다. 미 자동차기업 포드, 미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 스웨덴 자동차업체 볼보, 오토바이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등도 러시아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 미 석유업체 엑손모빌 또한 러시아 유전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기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의 유럽 지사 영업을 금지했다. 마스터카드와 비자카드 또한 러시아 금융사와의 결제망을 차단하거나 제재 명단에 오른 러시아 기관 및 개인을 차단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의 국부펀드, 미 최대 연기금 캘리포니아연기금(캘퍼스) 등도 러시아 자산을 매각하기로 했다.

워너브라더스도 개봉 예정작인 ‘더 배트맨’의 러시아 개봉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우크라이나 지지와 지원 봇물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 고위급 회의에 참석한 100여 명의 각국 외교관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화상 연설이 시작되자 일제히 등을 돌리고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방식으로 러시아를 규탄했다.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의회 특별회의에서도 의원들이 일제히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함께 한다’는 팻말을 들었다. 예브헤니이아 필리펜코 주제네바 우크라이나 대사는 “놀라운 지지”라며 감격했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30억 달러(약 3조6000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는 우크라이나를 떠난 난민 10만 명에게 무료로 임시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미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유럽의 통일’을 만들었다”며 그간 유럽의 고질병으로 꼽히던 내부 분열이 러시아의 침공을 계기로 해소됐다고 진단했다. 이번 사태를 묵과하면 ‘우크라이나 다음 차례는 우리나라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각국의 단결을 불러왔다는 의미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또한 이날 유엔 인권이사회 회의에서 러시아의 이사국 자격 박탈을 제안하며 “끔찍한 인권 유린과 인도주의적 고통을 저지르며 다른 유엔 회원국을 점령하려 하는 회원국(러시가)이 이사회에 남아야 하느냐”며 규탄했다. 미 의회 또한 러시아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자리에서 ㅤ쫓아내는 결의안을 추진 중이다.

미 마이크로소프트(MS)는 러시아의 사이버 공격으로 추정되는 악성 소프트웨어를 발견해 우크라이나에 알렸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 또한 러시아 해커를 적발하고 계정을 차단했다.

김성모 기자 mo@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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